[지역기획보도 부문]국제신문 이노성 기자

부산 일자리 대해부


   
 
  ▲ 국제신문 이노성 기자  
 
부산의 일자리를 심층 분석해 보자는 아이디어는 부산시장 선거전이 한창이던 2006년 5월 기획됐다. 당시 오거돈 열린우리당 후보와 허남식 한나라당 후보가 일자리 공방을 벌였다. 오 후보는 “최근 3년 간 부산에서 8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다”고 주장한 반면 허 후보는 “2년 새 1만4천개가 증가했다”고 맞섰다. 두 후보 모두 통계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빚어진 해프닝이었지만, 부산의 일자리 상황이 선거의 쟁점이 될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기존의 일자리 보도와 차별화하기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통계청의 ‘사업체기초통계조사’를 계량화 시각화하기로 했다. 행정기관에서 재가공한 데이터는 통계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그 내용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활용한 두달여간의 작업 끝에 부산지역 일자리 및 사업체 변화, 일자리와 인구 이동간 관계, 노동자의 종사상 지위 추이, 사업체 규모의 변화와 기업 전출입 현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할 수 있었다.

전국 6대 도시와 부산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1994∼2004년까지의 경제활동참가율, 실업률, 주민등록 인구의 이동, 합계출산율, 조출생률 데이터를 분석했다. 취재 결과 부산의 일자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먼저 산업 고도화에 실패하면서 10년 새 정규직 일자리가 13만5천개나 감소한 반면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이 대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양질의 일자리와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의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고용의 질이 현격히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역외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는 주출산층(20∼34세) 여성 비율이 전국 1위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일자리 부족→기업 및 인력의 역외 유출→인구 감소라는 악순환 고리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GIS 작업을 이끌어주신 경성대 남광우 교수와 취재자문을 해 주신 6명의 부산지역 경제학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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