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기자들 반응]정부감시 기능 약화가 선진화인가?
"선진국에 없는 국정홍보처는 왜 폐지 않나?"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 | 입력
2007.05.23 13:00:41
브리핑룸 및 기자송고실(기자실) 통폐합과 사무실 출입제한 조치에 대해 일선 기자들은 당혹감과 더불어 이해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기자실을 두는 것이 오히려 정부에게 도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통폐합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의 한 기자(경제부)는 “정부 정책은 실패할 수도 있고 애초부터 잘못된 상태에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자실에서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진행과정 등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며 “기자실이 없어지면 정부가 그러한 정책의 불안정과 실패를 계속 숨길 수 있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은 언론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이번 조치를 추진했다는 정부의 설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외교부를 출입하는 한 신문기자는 “이번 조치가 선진국의 사례를 원용해서 기사송고실을 통폐합한다는 것인데, 언론 환경은 나라마다 달라 선진국의 시스템이 꼭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그렇다면 선진국에 없는 국정홍보처도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국일보 김상철 차장(경제부 )도 “언론 환경이 다르고 언론제도의 배경을 무시한 채 정부가 단순히 기자실이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한 것은 난센스”라며 “우리나라의 정보공개제도나 공무원들의 알권리에 대한 인식이 정부가 따라한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말했다.
즉, 정보공개법의 효율성이 떨어지며 공무원들은 정보를 감추려는 습성이 밴 상태에서 기자실 통폐합만으로 정보공개시스템이 선진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출입제한의 수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완전히 출입이 금지되면 근거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수습교육이 경찰서에서 이뤄지는 가운데 기자실이 없어지면 교육 자체가 힘들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보도유예(엠바고)가 없어져 경찰과 기자 모두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관악경찰서를 출입하는 한 일간지 기자는 “지금까지 실종사건, 납치사건, 독극물 사건 등 민감한 사건에 대해서는 범인이 도주할 우려와 원활한 수사를 위해 기자실에서 엠바고를 협의해 대부분 지켜졌다”며 “기자실이 사라지면 경찰들은 모든 언론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엠바고를 요청해야하며 엠바고 협의가 없으니 언제든지 기사화할 개연성도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기자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 기능이 저하될 것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통일부를 출입하는 한 방송사 기자는 “지금까지 기자실에서 자율적으로 풀단을 구성해서 운영해 오던 것이 이제는 정부의 주도하에 놓일 여지가 있다”며 “대북정책을 계속 비판한 기자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풀단에서 뺄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CBS 권영철 부장(사회부)은 “경찰이나 검찰에 기자들이 상주하지 않을 경우 공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언론의 인권보호 역할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며 “정부의 이번 조치는 오히려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의 부정비리에 대한 언론의 감시기능을 약화시킴으로써 국민들의 알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