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곧은 기자정신' 상징적 의미 자리 잡았다

2백회 맞은 '이달의 기자상'



   
 
  ▲ 심사위원들이 29일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제2백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를 하고 있다.  
 
1990년 새로운 기사 평가 기준을 확립하고 민주 언론을 진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이달의 기자상이 2백회를 맞았다. 지난 17년동안 한국 언론계를 대표하는 4천5백여건의 기사가 출품돼 1천30여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달의 기자상은 현장을 뛰는 기자들에겐 ‘상’이라는 의미에 앞서 언론계의 귀감, 올곧은 정신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자리잡았다. 본보는 이달의 기자상 2백회를 맞아 이달의 기자상이 걸어온 길과 각종 뒷 얘기를 담았다.



1990년 10월 제정…4천5백여건 출품, 1천35건 시상
제1회 기자상 4개 부문 9건 추천…3개 부문 4건 수상

153회 기획보도부문 ‘지금은 노조시대’ 선정에 노동계 거센 항의, 논란 일기도

<제정부터 오늘까지>
이달의 기자상은 1990년 10월26일 한국기자상 제도를 보완·강화하고 새로운 기사 평가 기준을 확립, 민주 언론을 진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1990년 10월26일자 기자협회보는 “이달의 기자상을 제정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기존의 보도비판활동이 갖고 있는 일정한 한계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고 게재했다.

그 해 9월 보도물을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 제1회 이달의 기자상은 4개부문에서 총 9건의 기사가 추천돼 △취재보도부문 2건(차령 연장택시 무더기 불법조립 운행 : 부산일보, 북한체조 이병문씨 남한 두 동생과 통화 : 중앙일보) △사진보도부문에서 세계일보의 ‘급류건너기’ △지역언론부문 충청일보의 ‘충주댐 건설의 득실’등 총 4건의 기사가 첫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당시 심사위원은 중앙일간지 기자 5명(경향 동아 중앙 한국 서울) 경제지 2명(매경 서경) 방송 2명(MBC CBS) 학계 3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이달의 기자상은 이후 지난 17년 동안 1백23개 언론사에서 총 4천5백여건의 기사가 출품돼 1천35건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달의 기자상이 2백회에 이르는 동안 수상작을 내지 못한 것은 1992년 12월 제28회 심사가 유일하다.
당시 대통령 선거로 인해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생산돼 출품작 또한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과 달리 단 한 건의 추천작도 없었다.

기자협회보는 1993년 1월14일자 보도를 통해 “큰 사건을 장기간에 걸쳐 보도했으면서도 그럴싸한 수상작 한 건을 내놓지 못한 것은 어쩌면 한국 언론의 위상을 여실히 드러낸 것인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1993년 2월 제30회 이달의 기자상에선 총 5건이 출품돼 출품작 모두가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진기한 일도 벌어졌다.
1993년 3월11일 발행된 기자협회보에서 MBC 임흥식 심사위원(당시 MBC노조 민실위 간사)은 심사평을 통해 “추천작을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것이 상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기자상을 수상할 만한 작품이 함께 출품된 다른 작품과의 비교로 수상하지 못한다면 이는 심사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 2005년 1월 제173회 심사에는 총 62건의 작품이 출품, 단 5개의 수상작만 배출됐다. 이달의 기자상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친 달로 기록됐다.
반면 2003년 10월 제158회에는 7개부문에서 취재보도부문 4건을 비롯, 무려 12건의 수상작이 나와 단일 심사로는 역대 가장 많은 수상작을 배출하기도 했다.

1995년 10월 제62회 시상식에선 ‘노태우 전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가 4개의 수상작을 모두 차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당시 심사결과를 보면 동아일보 윤영찬 기자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파문’을 비롯해 ‘노씨 동생 강남에 1백억대 빌딩’(중앙일보) ‘노태우 전 대통령 5·18충격발언’(동아일보) ‘노태우 은닉 부동산 3건 첫 적발’(경향신문) 등 취재보도 부문에서만 4건의 작품이 동일 인물에 대한 기사로 수상했다.


이달의 기자상은 사안에 따라 예외적인 시상을 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1999년 9월 109회때는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추적 보도’의 AP통신 최상훈 기자가 특별상을 수상했고, 2002년 9월 제145회 심사에선 ‘국정교과서 오류투성이’를 지적한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가 공로상을 받았다.

2003년 5월 제153회 이달의 기자상에선 중앙일보가‘지금은 노조시대’라는 기사로 신문통신 기획보도부문 수상을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노동계는 “재계의 편향된 시각으로 노동운동을 왜곡 묘사했다”며 거세게 항의했고 시상식장에서 침묵시위를 강행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중앙은 이후 우여곡절 끝에 기협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밖에 경향신문 이은정 기자는 ‘황우석 생명과학 혁명 한국의 과제’로 제177회 취재보도부문 수상을 한 뒤 그 해 말 이른바 황우석 사태가 일어나자 이듬해 기자상을 반납해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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