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힘들어지는 '하향평준화' 방안"

선진화 방안 관련 정부 주장 사실인가①



   
 
  ▲ 정부가 정확하고 정제된 정보만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이번 조치가 ‘취재지원시스템’이 아니라 ‘정보통제시스템’이라고 고백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모 정부부처의 기사송고실.  
 
정부는 ‘취재지원시스템선진화방안’을 발표한 뒤 국정브리핑 등을 통해 ‘이런 관행을 바꾸겠다’는 등 여러 가지 정당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 중 일리있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일선 기자들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본보에서는 3회에 나눠 정부가 제시하는 선진화방안의 근거에 대한 일선 기자 및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해 싣는다.

①기자단의 인터넷언론, 군소매체, 신생매체에 대한 폐쇄성을 없애고 어떤 언론에게든 정보접근권을 확대해야 한다

일선 기자들은 개방형브리핑제 실시 이후 일단 부처에 등록된 기자는 정부의 공식 브리핑과 보도자료 등 공개된 정보에 접근하는 데 차이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과거와 같은 기자단 가입 절차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청와대, 통일부 등의 경우 필요한 취재를 위해 풀기자단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는 대통령 경호나 국가안보라는 특수성에서 요구되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출입기자는 “풀기자단에도 등록기자라면 일단 참여할 수 있으며 실제 인터넷 언론들도 풀기자단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부처에서 기사송고실 좌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등록 기자들이 몇 배 늘었으나 좌석 수는 그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매일 출입처에 나오는 신문․통신․방송 등 상주기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좌석이 모자란다.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출입처에 나오는 기자들은 기사 송고나 공간 확보에 불편을 겪는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오히려 송고시설을 확충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일선 기자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기자들은 기성 언론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나 검찰 등 특수한 부서는 일정한 폐쇄성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것은 해당부처의 요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을 제외한 경우를 제외하고 기성 언론의 기득권을 고집한 것은 없는지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선 기자들은 그렇다고 이번 정부의 조처가 인터넷언론이나 신생매체들의 정보접근권을 확대하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정부부처를 출입하는 한 방송사의 기자는 “이번 조처를 통해 군소매체들이 취재하기가 수월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취재환경이 함께 좋아지는 ‘상향평준화’가 아닌 모두 취재가 어려워지는 ‘하향평준화’”라고 말했다.

②정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공무원 개인 의견이 부처 입장으로 포장돼 나가선 안된다. 정책 추진에 혼선을 빚거나 국민에게 혼란을 준다.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은 정부가 이번 조치가 ‘취재지원시스템’이 아니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언론의 취재를 지원한다기보다는 정부 자신을 위한 통제된 홍보시스템이라고 고백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라기보다 ‘자신들이 밝히고 싶은’ 정보라는 게 더 정확하다는 분석이다. 한 중견 기자는 “정부가 숨기고 싶은 정보가 국민에게는 더 필요할 수 있다”며 “이런 정부의 사고방식은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려면 정보공개법의 전향적 개정이 더 시급하다.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패법’(Shield Law)과 같은 취지의 입법도 필요하다. 이 법은 정부나 기업이 기자에게 취재원 공개를 요구해도 밝히지 않을 권리를 인정한다.


정제된 정보만 주겠다는 게 제공자인 정부 입장에서는 정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취재 관행 및 생리를 무시한 자기중심적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언론은 완성된 정책 뿐 아니라 정책의 생성과정도 보도할 의무가 있다. 행정부에 대한 감시기능을 가져야 하는 언론으로서는 그 입안 경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과정에 대한 취재나 보도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 언론학 전공 교수는 “정부와 언론이 서로 1백%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은 없다”면서도 “이번 정부의 정책은 국민과 언론에 대한 이해나 고민은 없이 일방적으로 자기 입장만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③출입기자가 출입처 예산으로 외유를 가거나 광고청탁, 민원, 로비 등을 하는 등 현장에 남아있는 공직사회와 언론의 유착관계를 없애야 한다.

일선 기자들은 출입처가 지원해 외유를 가는 문제는 차라리 일반 사기업이라면 몰라도 최근 중앙 정부 부처의 예산으로 외유성 취재를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한다.


개별적인 광고청탁이나 민원, 로비 등도 완전히 없어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구태가 남아있다 해도 이것 때문에 정부의 조처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점점 개선되고 있는 상황인데 과거의 폐해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등 구체적 근거 없이 전 기자 사회의 문제로 비화시켜 극약처방을 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가 생기면 기자협회 등 유관단체와 협의해 자율적 감시기능을 강화하거나 그때마다 법적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각 사들도 윤리강령을 강화하고 기자협회도 윤리위원회를 두는 등 언론사 및 언론단체들의 자체 정화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기자협회는 윤리강령을 위반하는 회원은 자격 박탈을 하는 등 징계를 강화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영향력 있는 메이저 매체들에 대해 신경을 더 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촉이 많을 수는 있으나 정부가 자초한 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부부처의 출입기자는 “대통령이 틈만 나면 보수언론, 보수언론 언급하니 공무원들도 자연히 기사가 나면 문제가 될 그쪽 유력 매체들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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