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 보험시장 유혹의 덫 / KBS 박종훈 기자

기획보도 방송부문


   
 
  ▲ KBS 박종훈 기자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렇게 보험 민원이 많은 것일까? 우리 보험시장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과연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일까? 취재팀은 이 같은 단순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보험시장을 대상으로 탐사보도를 시작했다.

보험은 결국 불안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드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았다. 특히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감옥에 가거나 아니면 사기죄로 구속시키겠다는 협박을 들었던 보험 가입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보험사가 아무리 선량한 가입자나 보험사고 피해자를 사기꾼으로 몰아도 보험사가 책임을 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보험사가 고객을 상대로 사기를 쳐도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

보험시장 문제의 책임은 물론 1차적으로 보험사에게 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금융감독원의 감독체계에 있었다.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의 창구 직원은 대부분 보험사 직원이다. 때문에 고객들이 보험사의 문제를 고발할 경우 그 내용은 즉시 각 보험사로 전달된다. 또 취재 결과 금감원으로 파견된 직원들은 보험사 입장에서 고객을 설득해 보험금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보험사기조사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사기는 전혀 조사하지 않고 고객의 사기만을 보험사 대신 조사해 준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조사실 직원의 절반이 보험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다. 결국 보험사기조사가 가입자보다는 보험사 입장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감독원은 업무의 효율성을 내세워 파견 직원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험에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서는 이 같은 일이 결코 없다. 미국 보험감독청 직원은 보험사 직원과 같이 근무하기는커녕 식사하는 것조차 꺼린다.

고객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은 한국의 보험사나 미국의 보험사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보험감독당국의 태도는 너무나 달랐다. 한국의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반면 고객들에게는 준엄했지만 미국의 금융감독원은 보험소비자를 위해 보험사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었다.

결국 이번 취재를 통해 왜곡된 보험시장의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의 허술한 감독체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보험시장이 미국처럼 세계 제1의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험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보험업계와 보험감독당국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취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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