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해외연수 실태 보고 / KBS 이충형 기자
[기획보도 방송부문 ]
KBS 이충형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7.07.04 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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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이충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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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 중인 고급 공무원들의 ‘모럴 해저드’는 사회지도층 일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돼 왔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해마다 국민세금 4백억원이 투입되고 있는 해외훈련이 일부 공무원들의 장기 안식년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태가 이제는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공론화 돼야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취재가 시작됐다.
시사기획 ‘쌈’의 취재는 제보자 없이 3개월 동안 이뤄졌다.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연인원 6백여 명에 이르는 해외연수 공무원들의 명단을 확인한 뒤 이들의 소속 대학을 분류하고 주소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르포르타주 형식의 취재물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시작했지만 공무원 개인들의 일상생활 영역을 관찰·확인해야 하는데다가 해외에서의 취재 여건상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해외연수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있는 미주리 대학으로 취재를 떠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렌터카를 빌린 뒤 직접 운전을 하며 찾아다녔다. 취재진이 예상했던 대로 골프장에는 평일에도 종일 한국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골프장에서 취재진을 피하거나 심지어 달아나기까지 하는 공무원들을 대하면서 참담한 심정도 들었지만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는 ‘국민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자 했다. 미주리 당국에 정보 공개를 요구해 골프장 2곳의 출입 기록을 확보했고 한 달에 28번씩 골프를 치는 등 평일에 매일 골프를 즐기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소나 공공기관에 적만 올려놓거나, 직무훈련 기관에 나가지 않고 개인적인 여가 생활로 시간을 보내는 실태는 기관 방문 방식으로 확인했다. 또 자신의 교육훈련은 뒷전인 채 자녀 교육에만 골몰한다든지, 카지노에 출입하는 등의 사례도 있어 현지 교민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30년 동안 잘못된 관행이 지속돼온 배경에는 해외연수를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나 ‘당연한 혜택’으로 생각하는 일부 고급 공무원들의 특권의식과, 해외훈련 나가면 맘껏 쉬어도 좋다는 ‘집단 최면’과도 같은 왜곡된 심리가 숨어있다. 또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가능케 한 데에는 정부의 부실한 제도 관리가 숨어있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전 세계에 한국처럼 해마다 4백여명씩 많은 공무원들을 해외로 장기훈련 보내는 나라는 없다. 국민세금으로 가는 2년간의 해외훈련이 국가적 차원에서의 총체적인 프로그램이 없이 진행되거나, 직무능력 향상과 관련 없이 공무원 개인의 학위 취득이나 안식년 제도로 운영된다면 스스로 명분과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일반 국민들은 꿈꾸기 어려운 기회와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마땅한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