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3사 미사용 채널 어쩌나?
자금·인력·수익성 등 이유 "운영계획 없어"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 | 입력
2007.08.01 15:10:48
지상파 방송사에 배정된 케이블·위성 방송 채널이 중복됐거나 활용 방안이 없어 방송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케이블과 위성방송 채널 중 지상파 방송에 배정된 것은 각각 6개 씩 모두 18개다. 이중 MBC와 KBS는 4개 채널을 사용하고 있으며, SBS는 채널이 모두 등록돼 있지만 일부 채널이 중복돼 있어 ‘프로그램 공급 분야 변경’을 통해 2개 채널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3개 방송사에서 사용하지 않는 채널은 각각 2개씩 6개다.
특히 SBS는 최근 내부적으로 경제전문채널을 신설할지 여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현재 SBS는 SBS드라마, SBS골프, SBS스포츠 등 3개의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SBS드라마의 경우 본사의 프로그램을 재전송하고 있고 골프와 스포츠는 중계방송이나 프로그램 구매를 통해 방송하고 있다.
SBS 관계자는 “경제전문 채널 등 모든 영역에서 여분의 2개 채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내부적으로 그 안에 대해 고민만 했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선 신규 채널의 프로그램을 만들 방송 시설 및 인력 확보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영화나 스포츠, 오락 등으로 채운다면 외주제작하거나 프로그램을 사 와서 틀면 되지만 경제전문 채널 등 직접 제작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초기 자본부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SBS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목동 방송국에 여분의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며 HD급으로 방송하기 위한 초창기 자본이 최소 2~3백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여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방송사들이 4개 정도 PP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확보됐다면 무엇 때문에 나머지 PP 채널을 운영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내부적으로도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KBS와 MBC의 경우는 여분의 채널 운용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KBS 드라마, 엔(N), 프라임(PRIME), 조이(JOY) 채널 등 4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MBC도 드라마넷, ESPN, MBC무비, MBC게임 등 4개 채널만 사용하고 있다.
KBS 콘텐츠전략팀 정지영 부장은 “2개 채널이 비는데 아직 운영계획이 없다”며 “지난해 11월 스카이라이프에 런칭한 조이채널을 알리고 가입가구를 확보하는 등 영업하는 일도 벅차다”고 말했다.
MBC 플러스 관계자도 “MBC 자회사인 MBC플러스에서 4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상태에선 채널을 확장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방송사들이 선뜻 여분의 채널을 운영하지 못하는 것은 자금과 인력부족의 문제도 있지만 SO에 진입하는 것을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방송사에서 SO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포기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애초 6개 채널씩 배정한 것이 너무 많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시 채널 배정에 있어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더 많은 채널을 요구했었기 때문에 운영하지도 못하는 채널을 소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콘텐츠 경쟁력이나 질, 제작 역량 등을 따졌을 때 많은 채널(6개)을 지상파 방송에 배정한 것은 당연했고 오히려 방송사들은 규제로 받아들였다”면서 “그러나 한미FTA가 발효되면 외국의 PP가 자본을 앞세워 들어올 가능성이 큰 만큼 채널 수의 문제라기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채널을 만드는 게 더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
정호윤 기자 jhy@journalis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