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기자 출신 지광스님 '학력위조'

"서울대 중퇴 거짓" 고백…언론계 중심 동정 여론도

최근 유명인사들의 학력위조 파문에 해직기자 출신인 지광스님도 휘말려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능인선원 주지인 지광스님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서울대 공대 중퇴 학력이 거짓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1976년 당시 학력 제한이 없던 한국일보 이력서에 별 생각 없이 ‘서울대 공대 중퇴’라고 썼고, 승려가 된 뒤에도 기자들이 그 이력을 갖고 쓰는 기사를 막지 못했다”며 “평생 참회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그는 1998년 방송통신대 영문과에 입학해 2002년 졸업했으며 이후 동국대 대학원, 서울대 대학원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대학원 종교학과 박사과정 3학기째 재학 중이다.

지광스님 입사 당시 한국일보는 고 장기영 회장의 뜻에 따라 신문사 가운데 유일하게 기자 선발 때 학력 제한이 없었으나, 실제 고졸 학력으로 합격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언론계를 중심으로 지광스님을 동정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지광스님과 함께 기자생활을 했던 몇몇 언론인들은 “그가 직접 자신이 서울대 출신이라고 말했던 기억은 없으나, 독특한 언행과 활발한 활동 등 ‘튀는 기자’였고 서울대 공대 중퇴라는 이력도 흔치 않아 이야깃거리가 됐던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일보에서 지광스님과 함께 일했던 한 언론계 원로는 “지광은 어두운 시절 기자로서 언론통제에도 맞섰고, 해직의 아픔까지 겪었다”며 “학력을 속인 것은 잘못이지만 본인이 스스로 고백했고, 다른 학력위조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광스님은 한국일보 기자로 일하던 1980년 5월 출입이 일절 통제됐던 광주에 들어가 취재를 벌이기도 했다. 이후 해직된 그는 신군부의 체포망을 피해 오랜 수배 생활을 겪다가 출가해 25만명의 신도를 거느린 능인선원을 개원했다.

‘학력 위조’라는 이유로 모든 당사자를 함께 몰아붙이는 언론 보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승우 한국기자협회 기자상 심사위원은 “신정아씨같이 학력 위조를 신분상승의 도구로 적극 활용한 경우와 학력이 성공의 주요 요인이 아닌 연예인·종교인 등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과오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가혹하다”며 “이번 일을 학력 위주의 사회적 관행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도록 이끌어야 할 언론이 폭로경쟁에 혈안인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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