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사회 부추긴 언론도 자성해야"
학력위조 의혹 보도 문제없나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7.08.29 15:50:34
오미희씨 등 피해사례 발생…언론사 내부 개혁도 필요
신정아 동국대 전 교수의 학력위조 의혹을 시작으로 학계와 연예계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언론의 보도로 빚어지는 피해도 생기고 있다. 학력을 절대시하는 사회 풍조를 만드는 데 일조한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탤런트 오미희씨는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 등의 비난을 샀으나 이는 언론 보도 과정에서 생긴 오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미희씨는 청강생 신분으로 청주대 응용미술학과를 세 학기 동안 다녔다. MBC 뉴스데스크는 18일 오미희씨의 학력위조 문제를 다루면서 “학교를 다 못 마쳤다. 그때 78학번으로 들어갔다가 여러가지 바삐 움직이다 보니까 학교를 못 다녔다”는 본인의 멘트를 내보냈다.
이후 일부 언론들은 청주대 측이 오미희씨가 청강생 자격으로 학교를 다닌 것으로 밝히자 ‘거짓해명을 했다’ ‘두번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네티즌 등의 비난 여론이 뒤따랐다.
오미희씨는 이후 CBS에서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당황했고 변명이라도 해서 그 시간을 넘기고 싶었지만, 다시 전화를 해서 정원 외 입학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했는데 뉴스 보도에는 한쪽만 나왔다”고 밝혔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오미희씨는 방송 진행을 계속 맡고 있다.
명창 안숙선씨도 정확하지 않은 기사가 불씨가 돼 본의 아니게 학력파문에 휩쓸린 경우다.
포털에 안씨의 학력이 남원여고 졸업이라고 나오면서 위조 의혹을 받은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을 중퇴하고 남원국악원을 다닌 안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임용 때에도 이 사실을 공개했으며 본인도 남원여고를 졸업했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예전 언론 보도에 잘못 나간 ‘남원여고 졸업’이라는 경력이 포털에 기록됐고, 올해 그의 ‘소리인생 50년’을 맞아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학력위조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한 중앙 일간지의 국악담당 기자는 “2002년경부터 안 명창이 남원여고를 졸업했다는 기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며 “그가 스스로 고졸이라고 밝힌 기록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벌 중시 풍조를 부추겨온 언론이 자성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언론이 학력 중시 풍조의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보다는 일류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정보를 제공하는데 앞장서거나, 논술사업으로 이윤을 챙기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기비판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류대학의 자율권 일방 옹호, 고교평준화에 대한 공격 등의 보도도 학벌 위주 사회를 굳히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학벌없는 사회’ 홍세화 대표(한겨레 기획위원)는 “우리나라 언론은 학력 위조 사건 등 겉으로 나타나는 문제만 선정적으로 보도할 뿐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근본 원인에 대한 고찰은 매우 부족하다”며 “일부 언론은 이런 학력사회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기 때문에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학벌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사 내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4년 부산대 임영호 교수(언론학)이 조사한 언론사 간부들의 출신대학 분포에 따르면 동아, 조선, 중앙일보 간부 1백20명 중 서울대, 연고대 출신이 66.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대학 출신은 8.3%에 그쳤다.
같은 해 서울신문 박홍기 기자가 발표한 석사 논문 ‘한국신문의 학벌구조와 기자들의 인식연구’에 따르면 현직기자 49.7%가 “언론사 내에서 학벌에 따른 차별이 있다”고 했으며 입사과정에서 학벌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72.8%가 ‘미친다’고 답변했다.
이 때문에 언론사 채용에서도 KBS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시행하고 있는 지역할당제를 확산시키고, 전반적인 인사에서 철저한 능력 위주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제대 김창룡 교수(언론정치학부)는 “고학력 엘리트 위주의 균일 집단을 기자로 선발하다 보니 보도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다”며 “철저히 능력 위주로 선발·평가하는 선진국 언론사에 비해 아직 연고주의, 학벌주의가 강한 우리 언론사들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