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성과 공범이었다 / 시사IN 주진우 기자

특별상 부문


   
 
  ▲ 시사IN 주진우 기자  
 
무노조, 비노조 경영, 이건희 회장 일가의 봉건적 지배 구조, 경영권 편법 세습, 천문학적 비자금 조성과 사용, X파일 사건…. 삼성이 온 사회를 쥐고 흔드는 이 현실은 경제정의 질서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태롭게 하는 불의이며 새로운 폭력입니다.

삼성의 부정하고 비상식적 행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큰 우려와 분노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히 말하지 못했습니다. 말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시사저널> 사태에서 보듯 눈에 거슬리는 언론을 무릎 꿇리려는 삼성의 힘은 컸습니다. 사실은 치졸한 것이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삼성구조조정본부의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김 변호사는 양심선언을 결심하고 여러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에 찾아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삼성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못한다고 했답니다.

김용철 변호사는 무서웠다고 합니다. 상대가 삼성이기에 황량한 뒷골목에서 최후를 맞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신부들도 무섭다고 했습니다. 신부 주변의 누군가는 삼성의 힘에 의해 희생당할 것이라는 각오도 있었습니다.

삼성은 이 시대에 마지막 남은 성역입니다. 언론은 물론 검찰 청와대 등 모든 권력기관이 삼성의 눈치를 봐야 하는 선에 이르렀습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세습과 부정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만들었고, 부정한 왕국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 각계에 엄청난 검은 돈을 뿌린다고 고백했습니다. 자신이 공범이라며 자수하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삼성은 김 변호사를 미치광이로 몰고 갔습니다. 몇몇 언론은 삼성의 대변자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검찰이 특별조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섰고, 특별검사제가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특검조차 삼성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고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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