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몰입교육' '전봇대' 소동
인수위원회 보도 분석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8.02.29 10:10:44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이달 22일 해산하면서 두 달 간의 활동을 끝냈다. 언론사들은 역량을 대거 투입해 보도했다. 그러나 문제있는 보도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어몰입교육’과 ‘전봇대’ 보도가 꼽힌다.
조선·중앙 띄우고 동아가 수습
영어몰입교육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으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예견됐다. 인수위는 지난달 23일 대입자율화 3단계방안을 발표하면서 2013년 이후 영어몰입 수업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어몰입교육 보도는 조선, 중앙이 터뜨리고 동아는 수습했다. 조선은 같은달 16일자 사설에서 “영어교육만 확실히 고쳐도 교육대통령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운을 뗀 뒤 28일에도 ‘서울 초중등학교 영어수업 2배 확대’ ‘실력 미달 영어교사 3진아웃제 추진’을 1면 기사로 내보냈다. 같은 날 사설에서는 “말레이시아는 2003년부터 초등학교 수학 과학도 영어로 가르쳐왔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앙은 같은 날 1면 ‘영어 잘하면 군대 안간다’ 기사에서 “인수위가 군 자원을 학교에 영어교육요원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인수위는 모두 오보라고 부인했으며 28일 영어몰입교육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후 동아는 29일 조선과 중앙의 부정확한 보도가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에둘러 꼬집었다. 조선 중앙은 이후 “인수위가 설익은 정책을 폈다”며 비판했다.
이에 비해 한겨레는 ‘영어교육 혁신안 약인가 독인가’라는 기획연재물로 영어교육 전면확대 정책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경향도 28일 사설에서 “교육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리포트 수는 적었으나 KBS, MBC는 시민사회의 우려를 중심으로 전달했으며 SBS는 “영어교육을 강화해야 하나 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보도했다.
언론의 ‘전봇대’ 신드롬 조성
‘전봇대’ 보도는 신문이 주도하고 방송이 뒤따라가면서 일종의 신드롬을 만들었다. 그러나 현장은 사정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전봇대 신드롬’은 동아가 주도했다. 동아는 지난달 19일자 1면 ‘李당선인“화물운송 막는 전봇대 하나 못옮기며 무슨 규제개혁”- 그 전봇대 아직 있다’ 보도를 시작으로 같은 날 사설에서 “경제 살리기는 우리 주변의 ‘전봇대 규제’를 찾아 없애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사설을 비롯해 이후에도 ‘전봇대 신드롬’에 일조했다.
조선은 3면에 첫 보도한 뒤 21일자 사설에는 “우리 경제 구석구석에 기업에 고통을 주고 투자의욕을 꺾는 ‘전봇대’가 수없이 많다”고 강조했다. 중앙도 19일 1면 ‘전봇대 하나 못 옮기는 대한민국’에서 이 당선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전봇대가 뽑힌 21일에는 대부분의 신문들이 현장 소식을 전했다. 동아는 이날 3면 전체에 대불산단 르포 기사에서 한전 직원들이 전봇대를 뽑는 현장을 상세히 묘사했다.
한겨레도 19일자 5면에 첫 보도하고 ‘탁상행정 전봇대’ ‘공직사회 전봇대’ 등으로 응용하기도 했다. 경향은 19일 짧게 전봇대 발언을 소개했을 뿐 후속 보도를 하지 않았다.
지상파방송은 MBC가 앞서 보도하고, KBS와 SBS가 뒤를 따랐다. 지난달 18일 KBS와 SBS는 이명박 당선자가 탁상행정을 질타하는 발언을 보도한 가운데 MBC 뉴스테스크가 ‘각종 규제얽힌 대불공단 전봇대’ 를 따로 리포트했다.
MBC는 전봇대가 뽑히는 현장도 20일 3사 가운데 제일 먼저 보도했다. 나머지 두 방송사는 하루 늦게 소식을 전했다. SBS는 22일에도 ‘전봇대 이어 공무원 이기주의도 뿌리뽑는다’는 추가보도를 냈다. 뒤늦게 KBS는 26일 9시뉴스와 27일 미디어포커스에서 당선자가 말한 전봇대가 뽑힌 것인지 불확실하며, 대불산단의 문제는 전봇대가 아니라 산업 인프라의 낙후를 해결할 예산부족이라는 점을 따로 보도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