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기자의 역사

런던타임스 러셀 기자 크림전 종군 ‘최초’

ABC 방송 이요섭 기자 자신의 잘린 다리 보도





세계 언론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종군기자는 미국의 사진저널 ‘매그넘’의 로버트 카파(1913∼1954)가 꼽힌다. 카파는 지난 1954년 베트남 전쟁 촬영 중 지뢰를 밟아 사망하기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전쟁터를 누볐다. 그는 1936년 스페인 내란 중에 참호를 뛰어나오던 병사가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포착, ‘라이프’지 표지에 실으면서 유명해졌다. 그의 이름을 딴 ‘카파이즘’이라는 단어는 언론계에서 ‘투철한 기자정신’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고 있다.

‘런던 타임스’의 윌리엄 러셀은 종군기자의 개념을 세계에 최초로 알린 기자로 전해진다. 지난 1854년 발발한 크림전쟁에 종군한 러셀은 당시 전장의 참상을 특보로 제작, 전 세계에 알리면서 이름을 알렸다. 나이팅게일이 이 보도를 보고 곧장 전선으로 달려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 1919년 ‘토론토스타’ 기자로 그리스-터키전을 취재했던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여해 이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와 같은 전쟁소설을 썼다. 영국 수상 처칠도 보어전쟁에 파견된 종군기자였으며 지난 93년 북한으로 송환된 이인모씨도 한국전쟁당시 인민군 종군기자였다.

얼마 전 이라크 국영 텔레비전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미국 NBC방송에서 해고된 피터 아넷 기자도 AP통신 기자로 베트남 전장을 누벼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베테랑 종군기자. 아넷은 지난 91년 CNN방송 기자로 걸프전을 취재해 명성을 날렸으며 이번 이라크전쟁에서도 NBC방송 및 MSNBC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바그다드에 파견됐었다.

전장을 누빈 한국인 종군 기자로 유명한 사람은 미국 ABC 방송국 방콕지사의 기자로 있었던 이요섭(1935∼1992)이다. 베트남 전쟁에 카메라기자로 종군한 그는 전장에서 세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첫 번째는 1970년 캄보디아 전투를 취재하다 캄보디아군 113명과 함께 북베트남 정규군에 포로가 됐을 때다. 당시 이 기자는 14일 동안 끌려 다니다가 극적으로 탈출해 1970년 8월 생환했으나 이듬해 다시 베트남전에 종군해 베트콩이 수류탄을 던지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다가 파편을 맞아 왼쪽 손등 뼈 3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 등 생과 사를 오갔다. 이 기자는 결국 지난 1977년 태국군의 공산게릴라소탕작전을 뒤쫓다가 대전차지뢰를 밟아 왼쪽 무릎 아래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으나 그 순간에도 한 손에 끊어진 자기 다리를 주워들고 남은 한 손으로 참혹한 자신의 모습을 찍어 전쟁의 잔인함을 고발한 바 있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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