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신성한 한 표를 왜곡시킨 것은 아닌가

18대 국회의원 총선거 정국을 숨가쁘게 헤쳐왔다.

충분히 주지하다시피 국회는 다기다양한 여러 민의가 수렴되는 곳이며, 그를 바탕으로 국민 생활과 국가 미래에 관련된 각종 법률의 제·개정 활동을 하는 곳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역할은 국회의원 총선거에 당선된 자들에게 4년 동안 부여된다. 또한 유권자들은 이러한 국회의 기능과 역할에 걸맞는 국회의원 후보자를 뽑아야할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신문과 방송 등 언론 매체들은 이러한 취지에 맞춰 유권자들이 ‘예비 국회의원’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그들의 미래 활동상에 대해 예측할 수 있도록 충분한 판단 근거가 되는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이는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할 뿐 아니라 합법칙적인 사회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보도 포함되어야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의 언론 보도 모습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건강보험 민영화)’가 어떤 내용의 공약인지, 불과 세 달 전 대선때 국민들 가슴을 설레게했던 ‘등록금 반값, 아파트 반값’ 공약은 왜 총선에서 없어졌는지, 종부세를 완화하면 수혜자는 누가 될 수 있는지, 신문과 방송이 겸영을 하면 어떤 모습이 나오는지 등에 대한 정책의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가 시작하기 전에는 친박, 반박 논란이 지면과 화면에서 무비판적으로 중계되더니 본격적인 총선 정국으로 접어든 이후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 중계 전광판처럼 현란한 지지율의 상승 하락 추이만 신문, 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경마식 총선 보도’에 대한 비판은 선거 때면 지적되는 레파토리다. 현실 대안이 없는 원론적 비판도 허무한 일이지만, 똑같은 문제점을 지적받아 오면서도 이를 개선하지 않는 언론들도 우직한 것인지, 현실의 변화에 둔감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특히 이번 18대 총선 보도를 보면 특이한 현상이 보인다. ‘접전지를 가다’ 류(類)의 현장 르포, 또는 접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여론조사가 거의 태반이라는 점이다.

이는 독자, 시청자들로 하여금 여당인 한나라당과 야당(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창조한국당 등)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허나 자신들이 여론 조사한 내용만을 놓고 봐도 한나라당이 과반수인 1백70~1백80여석(비례대표 포함)을 가져가고, 총선 후 한나라당 복당을 공언한 사람 또는 오랫동안 한나라당 출신이었던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이 20~30석 정도, 통합민주당이 70~80석,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무소속 등이 각각 2~6석 정도씩 가져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전망 수치는 단순히 여당의 과반 여부가 아니라 보수정치세력이 국회의석 2/3이상을 휩쓰는 국회 헌정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거대 보수정치그룹’이 탄생함을 의미한다. 무소속 상당수들이 복당을 공언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

경마식 총선보도는 정책의 실종을 낳는다. 정책이 없어서 경마식 총선보도에 그칠 수도 있지만, 언론에서 이러한 현상을 몰비판적으로 보도하는데 그친다면 선거는 흥밋거리로 전락하며 그저 앞서나가는 후보에 대한 ‘밴드웨건 현상’만 넘쳐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정책이 정치의 장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정치부 기자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정치권이 구태의연하다는 비판만 하거나 정치논리로 기사를 작성할 것이 아니라 기자 스스로 정책 전문성을 키우며 이를 정치의 공간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 관련 뉴스를 전달하는 언론의 또다른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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