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야당 역할해야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04.16 15:16:49
18대 총선은 거대 보수세력을 탄생시켰다. 전체 2백99석 가운데 보수세력이 2백석을 넘는다. 의회권력은 순식간에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었고, 범보수 진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개헌까지도 가능한 의석을 확보했다.
사실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과반을 간신히 넘는 1백53석을 차지했다. 17대 열린우리당의 얻은 의석(1백52석)과 표면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17대와 18대 집권여당이 가진 ‘힘’은 천지차이다. 17대 때 열린우리당은 ‘우군’이 없었다. 한 ‘뿌리’였던 민주당(9석)과는 2004년 대통령 탄핵사건으로 더 이상 동지가 아니었고, 민주노동당(10석)과는 파병 문제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사안에서 정책적 차이가 너무 컸다. 게다가 총선 1년 뒤인 2005년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과반마저 무너졌다.
반면,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안정 과반을 확보했다고 해석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친박연대와 복당 문제를 놓고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지만 이들의 복당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친박연대 및 친박 성향의 무소속 의원이 32명에 이른다. 한나라당 의석(1백53석)과 합하면 무려 1백85명이다. 모든 상임위 의장을 독식할 수 있는 절대안정 과반(1백68명)을 훌쩍 넘는다.
‘MB노믹스’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롯해 통일·외교·교육·부동산·언론 등 각종 정책이 보수진영 의도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한나라당 보다 더 보수적인 자유선진당(18석)이 합세하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다.
야당을 의식하지 않고 밀어부친다면 어떤 법안이든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수 있다. 당면한 언론정책과 언론관련 법안도 마찬가지다.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신문법 개정을 비롯해 KBS-2TV 민영화와 KBS 사장 임면권을 국회가 갖는 국가기간방송법 제정도 한나라당 의도대로 제·개정이 가능해졌다.
이런 극심한 여야 불균형은 5공화국 때인 80년대 이후 처음이다. 12·12 쿠데타 이후 탄생한 11대 국회는 민한당과 국민당이 야당으로 존재했지만, ‘위장 야당’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민정당의 일당 독재를 견제하지 못했다. 그 이후 1985년 2·12 총선(12대)을 통해 국민들은 신민당을 제1야당으로 탄생시켰고, 13대 총선에서는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했다. 그 이후에도 국회는 어느 특정정당이 거대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채 여야가 서로 견제하고 비판하고 감시하며 의회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개혁세력은 보수세력을 견제·감시·비판하기엔 의석수가 역부족이다. 더욱이 통합민주당마저 개혁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보수·중도 성향 의원들의 비율이 높아졌다. 이런 구도에 대해 어떤 정치학자는 “18대 국회에서는 거대여당과 시민단체가 직접 대립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야당이 야당으로서 힘을 잃었을 때 언론의 역할은 더 소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언론이 야당이다. 언론이 거대여당을 제대로 비판하고, 제대로 견제하고,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언론이 언론다운 모습을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