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시 실효성있게 보완하라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04.23 14:11:09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장서서 존재 이유를 망각하는 망언을 던졌다. 지난 13일 백용호 위원장의 “신문고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나오자마자 시민사회에서는 ‘불공정거래를 조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라는 비아냥이 곧바로 터져나왔다.
신문 구독을 권유할 때 최소 7개월~1년 이상 등 불법 무가지 제공은 기본이다. 과거에는 자전거, 비데, 뻐꾸기 시계를, 그리고 요즘에는 백화점 상품권과 10만원짜리 수표 등을 불법 경품으로 제공하며 독자들을 비이성적으로 확장하며 신문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우리네 신문 산업의 현실이다. ‘자전거일보’, ‘비데일보’에서 ‘상품권일보’, ‘수표일보’로 진화한 이들 몇몇 신문은 신문 시장의 80%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다.
그 폐해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그들 내부에서도 ‘신문사 지국간 칼부림 사건’ 등이 잊혀질만 하면 심심찮게 보도될 정도다. 나머지 신문들의 말살 위기 정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여론의 다양성이 철저히 파괴되면서 사회 구성원간 소통의 동맥경화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 접근은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반응만 보도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조짐은 이미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감히 거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신문고시 제도의 설립 취지는 이러한 왜곡돼있는 신문 시장의 정상화를 꾀하고자함이다. 대안신문과 지역신문 등 신문 시장에서 다양한 입장의 매체를 보호하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 다양한 의견과 입장들을 수렴하고 이를 다시 발현하며 시민과 시민간, 시민과 공공기구간 소통이 가능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함이다. 힘있고 돈가진 자가 여론까지 독점하는 전근대적인 약육강식 야만의 사회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의 본령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여론의 다양성, 사상의 자유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바로 공정거래위의 신문고시다. 그리고 이러한 신문고시를 현실적으로 제재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지난 2005년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시민사회는 백 위원장과 달리 실효성이 없는 신문고시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다. 신문 시장을 교란시키는 불법 신문 판촉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포상금제도를 도입했지만 이 역시 까다로운 입증 기준 제출을 요구하고 있어, 지능적으로 변하는 신문사들의 불법 확장 사례를 일반 시민독자들이 적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신문고시가 폐지된다면, 불특정 다수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양산하는 속에서 그 수혜자만큼은 명백해진다. 앞서 언급한 ‘자전거일보’, ‘상품권일보’들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직접, 간접적으로 현 정권 탄생에 큰 기여를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으로 이들 신문들은 신문고시를 무력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들이 가진 언론 권력을 최대한 활용해왔다. 이들 입장에서는 신문고시 폐지를 고마운 선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이번에도 외면한다면 ‘특정 언론에 대한 보은 조치’라는 전면적 비판에 직면해야할 것이다. 천 번, 만 번 양보해서 설령 그것이 아니라도 ‘향후 집권 연장을 위한 언론장악 당근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고시의 재검토 운운이 아니라, 그간의 시행착오를 점검한 뒤 더욱 내실있게 수정, 보완할 것을 연구해야할 것이다. 그것이 ‘공정거래’를 위한 자신들의 존재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