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변인 자리가 그렇게 아까운가.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05.06 17:01:54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농지를 불법적으로 매입했는가 하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려던 언론사에 기사를 빼달라며 청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변인은 2004년 춘천의 농지를 살 때 원칙적으로 경작자 본인이 제출해야 하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3자를 시켜 관할 관청에 제출한 데다, 그 내용까지 허위로 꾸몄다. 그는 또 위법사실을 보도하려던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빼달라고 청탁도 했다.
국민일보 노조에 따르면 이 대변인은 언론사 입사동기인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내가 잘못했다. 이번 건만 넘어가 주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로 해당 기사는 신문에 실리지 않다가 문제가 되자 뒤늦게 보도됐다. 당초 의혹 수준이던 두 사건은 본인의 시인에 의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 대변인의 이후의 행보다. 그는 농지 위법매입에 대해서는 “실정법을 잘 몰라서”, 언론사 기사 청탁에 대해서는 “친구끼리 하는 말로 ‘상식에 맞게 좀 봐 달라’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쉽게 말해 “조금 잘못은 있었지만 이해해 달라”는 식이다. 이 대변인은 두 사건이 아량을 베풀면 해결되는 일쯤으로 생각되는 모양이다. 이 대변인의 도덕 수준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통합민주당은 2일 이 대변인을 ‘직권남용과 사문서위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차영 대변인은 “문제의 수석들이 처벌받지 않으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이 사문화돼 개발 예정된 땅은 투기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굳이 야당의 입을 빌릴 필요도 없다. 이미 이 정권의 환경부장관 인선에서 박은경 후보자가 절대 농지를 구입한 사실이 알려져 후보자에서 사퇴했고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역시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최근 물러났다.
인수위 시절 전문위원이던 문화관광부 국장이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를 지시한 사실이 밝혀져 물러나기도 했다. 과거 사례를 이 대변인 사건에 접목해보면 해답은 금방 나온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태연하게 청와대의 입으로 활동하고 있다. 광우병 사태가 일자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마치 국민의 시선이 광우병 사태로 쏠리는 것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더 가관인 것은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이 대변인에 대한 사퇴주장을 정치공세로 폄하하며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고 이 대변인을 오히려 격려했다고 한다.
MB정권 인사들과 일반 국민의 도덕적 기준이 왜 이리 차이가 나는지 개탄스럽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신문의 날 기념식에서 “새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는 결코 권력과 언론이 유착하자는 얘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의 기사무마 청탁은 ‘권언유착’이 아니어서 이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는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현 정권 핵심들의 말과 행동에 국민은 매우 혼란스럽다. 이렇게 원칙이 없어서야 정부 정책에 영( ?이 서겠는가.
더 안타까우 것은 정권의 누가 되든 말든 자리에 연연해하는 이 대통령 참모들의 행태다. 이 대통령이 이런 참모들을 데리고 남은 4년 9개월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참으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