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미만 소도 1백% 안전하지 않아"

광우병 쟁점, 의학전문기자들은 어떻게 보나

카이스트 등 공신력 있는 기관서 규명해야

광우병 논란 뒤 많은 쟁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의학전문기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의학전문기자들에게 본보가 간추린 쟁점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1. 광우병 위험 과연 과장됐나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고리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할 확률보다 낮다.” 조선일보의 사설에 나온 주장이다. 광우병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근거로 여러 가지 수치가 등장한다.

그러나 의학전문기자들은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현재로선 어떤 수치도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인간 광우병 환자가 2백여명이 조금 넘는 정도인데다가 잠복기도 명확하지 않는 등 발병 확률을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일부 이야기는 과장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접근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졸속으로 협상을 진행하다가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 뒤 갑자기 농림부의 입장이 뒤바뀐 것도 한 이유다.

한 의학전문기자는 “정부가 처음부터 통상협상 과정을 분명히 공개했어야 했다. 광우병의 실체, 위험성은 무엇이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할지 투명하게 밝혔어야 했다”고 말했다.


2. 30개월 미만의 소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까지도 안전한가. 30개월 이상 소는 SRM만 제거하면 안전한가.
광우병 소는 30개월 이상 월령에서 많이 나타났다. KBS 이충헌 의학전문기자는 “아무리 수입 쇠고기의 대부분이 30개월 미만 소라고 해도 국민 우려를 생각해 30개월 이상은 수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학전문기자는 “30개월 미만의 소도 1백% 안전하지 않다. 감염 사례가 적었다는 것 정도”라며 “위험 부위를 제거하고 안하고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어떤 쇠고기든 0.1%라도 광우병에 노출될 가능성은 있다. 최대한 가능성과 위험성이 적은 쪽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3. 한국인은 유전자 구조상 광우병에 취약한가.
한림대 김용순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영국 인간 광우병 환자의 1백%가 MM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리고 한국인 94%가 MM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 한국인이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KBS 이충헌 기자는 “고혈압, 당뇨 등 모든 병이 그렇듯 유전자 때문에 더 취약하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유전자만 바꾸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며 “지금까지 결과만 본다면 상식적으로 한국인이 광우병에 약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과학적·의학적 결론으로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관련 분야에서 알려진 논문은 김용순 교수의 한 편 뿐이며, 추가 검증 연구도 아직 나오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4. 동물 사료 조치 논란
정부는 미국이 동물사료 조치를 강화하기로 한 약속에 따라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미국 관보에는 오히려 완화됐다고 공개돼 ‘오역 논란’이 일고 있다.

의학전문기자들은 “동물사료 조치는 광우병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안전성을 위해 꼭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물사료를 먹인 소가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학계에서도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 의학전문기자들은 동물사료 조치는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5. 재협상 및 후속 조처
서울경제 송대웅 의학전문기자는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며 “광우병이 생기면 수입을 중단한다는 정도로는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협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도 있다. KBS 이충헌 기자는 “할 수 있다면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미지수”라며 “검역 시스템에 더 전력을 쏟는 등 지금까지 확보한 조건이라도 철저히 지켜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좀더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학전문기자는 “정부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와 과학적 근거를 낱낱이 밝히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카이스트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규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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