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제기 눈감고, 촛불집회엔 색깔론

조·중·동 미국산 쇠고기 보도


   
 
   
 
최근 지면을 통해 드러난 조·중·동의 미국산 쇠고기 보도 흐름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 의혹을 키우거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기사는 되도록 줄인다. 둘, 미국산이 안전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의견들만 골라서 보도한다. 셋, 배후론 등을 펴며 촛불집회를 친북반미세력의 선동으로 규정짓는다.’

◇중앙일보에서 사라진 쇠고기 보도=신문들은 13일 미국 연방 관보에 실린 동물성 사료금지 ‘완화’를 ‘강화’로 오역한 정부의 치명적 실수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전날 경향과 한겨레가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면서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졸속협상을 비판한데 대한 연장선이었다. 미국의 ‘강화된 동물 사료 조치’ 공포는 우리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받아들인 전제조건이었다.

그러나 조·중·동은 관련 사실을 외면하거나 축소 보도했다. 중앙은 12일에 이어 13일에도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와 관련한 기사를 한 줄도 싣지 않았다. 6면에 ‘“쇠고기 재협상 없이 FTA 논의 없다” 야3당 공조…17대 국회 비준 불투명’을 게재했을 뿐이다. 12일 이에 관한 소식을 전하지 않았던 조선은 ‘정부 ‘동물성사료 사용 규정’ 오역’과 뉴스분석 ‘쇠고기 협상 총체적 부실’을 1면에 실었다. 동아는 8면 ‘청와대 “美관보 오역 실무적 실수…유감”’이라고 보도하며 청와대 해명에 비중을 뒀다.

◇김용선 교수와 미국 쇠고기는 무슨 관계?=중앙일보 8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은 ‘“김용선 교수도 미국 쇠고기 즐겨 먹는다”’ 였다. 이 기사는 김 교수와의 직접 인터뷰가 아닌 김 교수와 함께 핀란드를 방문 중인 윤대원 한림대 이사장이 밝힌 내용이다. 김 교수 논문이 일부 언론에 의해 과장 보도됐다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중앙은 김 교수가 미국산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는데 보도의 초점을 맞췄다. 제목을 ‘김 교수가 미국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로 뽑고, “김 교수는 미국에서 광우병을 연구하던 시절이나 지금도 미국산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보도했다. 김 교수의 권위를 내세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정당화하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앙은 정작 전날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통합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제기한 “미국인 95% 이상이 20개월 이하의 쇠고기를 먹고 있다”는 내용은 기사화하지 않았다. 중앙의 이 기사는 문화일보 8일자 4면 ‘한국인 광우병 취약하다던 김용선 교수 논문 방송은 과장…정치권은 악용’, 조선일보 9일자 사설 ‘광우병 논문, 미디어가 부풀리고, 정치권이 악용’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

◇촛불집회, 배후세력 부각 아이템=
촛불집회는 조·중·동 지면에서는 단신 처리되거나 배후세력을 부각하는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아는 9일과 10일 연 이틀 촛불집회 주도세력과 집회 참가자의 신상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는 10일자 10면 머리 ‘운동권-남성-깃발 줄어든 촛불집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는 운동권 대학생, 남성, 깃발이 거의 보이지 않는 ‘3소(少) 집회’다”고 했고, 9일자 5면 ‘일부 모임 정관 “이명박 당선무효가 1차 목적”’ 기사에서는 “촛불시위를 주도한 온라인 모임 일부가 쇠고기 이슈 이전부터 다른 정치적인 행동에 참여했다”며 특정 정파와의 관련성을 부각했다. 10일에는 사설 ‘광우병 촛불집회 배후세력 누군가’에서는 “‘효순이 미선이’에서부터 광우병 괴담까지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세력의 코드는 친북 반미다. 대선과 총선 이후 무력감에 빠져있던 이들이 대중의 먹을거리 공포를 자극하며 소요를 일으키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인가”라고 주장했다.

국민 건강과 검역 주권을 지켜내자는 외침을 사실 그대로 전달하기 보다는 반미 좌파세력의 선동으로 몰아가는데 골몰하고 있는 셈이다. 민언련은 최근 논평에서 “동아일보 등 수구보수신문들은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한 색깔론, 배후론을 펴더라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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