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거짓말 통하겠는가

“호헌철폐! 독재타도!” “협상무효! 고시철폐!”
21년이라는 세월을 사이에 두고 터져나온 구호다. 1987년 6월,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방방곳곳에서는 수백만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호헌철폐! 독재타도!” “직선제로 심판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서울에서는 시청앞, 광화문, 명동, 신촌 등 도심 곳곳에서 시위대와 전경들 사이에 숨박꼭질 시위가 이어졌고,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씨 장례식에는 무려 1백만명의 인파가 서울 시청앞에 운집했다.

2008년 5월과 6월의 대한민국 거리는 흡사 21년 전을 보는 듯하다. “협상무효! 고시철폐!”를 외치던 목소리는 “독재타도!”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구호로 바뀌고 있다. 최루탄만 없을 뿐 새벽까지 시위가 이어지고 거리 곳곳에서 토론이 벌어지는 모습도 그때와 비슷하다. 그 시절에 견줘 변하지 않은 것은 또 있다.

일부 보수언론의 왜곡이다. 87년 6월 항쟁 당시 언론은 시위대를 ‘좌경 용공세력’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는 전두환 정권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했다. 지금의 보수언론도 21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촛불집회 배후에는 북한과 반미주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광우병은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 발표만 금언처럼 여겼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6월 항쟁이 범국민운동으로 펼쳐지고, 결국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이르자 보수언론도 ‘항복문서’에 서명을 했다. 당시 보수지의 대표주자 조선일보가 항쟁의 말미에 ‘사과성 사설’을 게재한 것이다. 2008년 6월의 조중동도 논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색깔론과 배후론을 거론하던 신문들이 어느새 얼굴을 싹 바꿨다. 조선일보는 사회부장의 촛불집회 르포를 통해 “시위 참가자들이 ‘참을 수 없는 순정’에서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군홧발 동영상’에 나온 피해 여대생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물론 조중동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런 변화를 이끈 것은 ‘국민의 힘’이다.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유치원생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주부들, 중·고생, 할머니·할아버지까지 촛불를 치켜 든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위대한 ‘국민의 힘’은 또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날마다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한 기업체 리스트가 오른다. 그러면 네티즌들은 업체에 전화를 걸거나 홈페이지를 방문해 광고 중단을 요청한다. 네티즌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중동 광고를 철회하는 광고주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조중동 평생구독거부 운동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반면에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는 격려광고가 실리고, 구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진실이 무엇이고, 거짓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안다. 21년 전에는 한겨레도 없었고 경향신문도 지금과는 달랐다. 방송은 전두환 정권의 나팔수였다.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신문과 방송이 이 지경이니 국민들은 진실에 목말랐다. 그래서 지하신문이 나오고 유인물이 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인터넷이라는 ‘합법적인 지하신문’이 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보를 차고 넘치도록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보수언론의 ‘거짓말’이 통하겠는가.
다시 6월이다. 언론이 국민을 속일 수 없고, 언론이 언론다워야 한다는 말이 더욱 진중하게 다가오는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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