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공안정국을 우려한다

시절이 수상하다. MB가 쇠고기 정국 관련 특별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재차 밝히고 낮은 자세로 경청하겠다는 말이 엊그제 같은데 촛불집회의 풍경은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살벌하기만 하다.
20대 여성이 경찰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히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 경찰청 소속 인권위원들이 줄 사퇴했다. 국민의 선량인 국회의원들이 버젓이 경찰에 폭행 당했다. 과거 민주화 운동 당시 6·29 선언으로 기억돼야 할 올해 6·29는 시민과 경찰간 충돌로 4백여명이 크고 작게 다쳤다. 최루액을 비롯한 경찰의 80년대식 시위 진압방식이 거론된다. 민주화 이후 보기 힘든 사례로, 대책회의 사무실이 있는 참여연대 건물을 압수수색한답시고 전기톱으로 뚫고 들어갔다. 이 모든 것을 아울러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전국의 공안 부장검사들이 회동, 일각에서 제기됐던 신공안정국 조성이 현실화되는 듯 하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시위대로부터 ‘수구’ 신문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오물과 쓰레기 투척, 심지어 일부 시설파괴 같은 과격한 시위의 대상이 돼버린 보수 신문이 서 있다.

“광화문 심야 무법천지”라는 말에 이들 신문의 촛불집회에 대한 성격 규정이 드러난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세우고 불법집회를 엄단해야한다고 소리높이고 있다. “경찰은 청와대만 지키나”라는 지적에 병력을 전진배치해 이들 신문을 보호하면서 활동반경이 적어진 시위대와의 충돌은 더 격렬해졌다.

무엇보다 이들은 서로 입이라도 맞춘 듯 MBC PD수첩의 보도를 문제 삼고 나왔다. 애초에 PD수첩의 보도로 중고생들이 청계천 촛불집회를 시작했고 이것이 전세대를 아우르는 서울시청 광장 촛불집회로 승화됐기에 그 시발점을 건드린 것은 과연 이들의 경륜(?)을 드러낸 지적이었다. 그러나 앉은뱅이(다우너·Downer) 소와 광우병 연관 가능성을 지적한 PD수첩 보도는 일부 멘트상의 실수 등을 제외하고는 전체 맥락에서 봤을 때 큰 문제가 없는 보도였다. 다우너 소 학대 동영상을 세 차례나 터뜨려 다우너 소 도축 금지 방침을 미 농무부로부터 이끌어낸 미국의 소비자 단체도 애당초 6만4천톤이라는 사상 최대의 쇠고기 리콜 사태를 유도한 배경으로는 광우병 의심 물질의 유통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마틴 루터 킹으로 유명한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당시 미국의 한 백인 경찰서장이 경찰의 강경진압 광고를 낸 흑인 목사들과 인권운동가들, 그리고 광고를 게재한 뉴욕타임스를 대상으로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 경찰서장은 광고에 묘사된 진압관련 정황에서 ‘정확한’ 사실관계중 몇 가지가 다르게 묘사돼있고 그 광고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게재한 신문사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미 대법원은 그러나 일부 사실관계가 다르다해서 그 광고의 취지가 그르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상 수용 가능하다는 취지 등을 들어 소를 각하했다. 이는 현재의 PD 수첩 건에도 충분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하겠다.

보수 신문들은 우리의 쇠고기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미 언론의 시각처럼 촛불집회가 애당초 잘못된 ‘오보’에서 근거해 순진한 시민들이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나왔다가 이제는 전문 시위꾼들의 폭력집회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유례없이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 대해 검찰수사까지 동원하며 촛불집회 원천봉쇄를 시도하는 한편 경제 회복에만 메가폰을 갖다대는 정부의 논리와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이처럼 촛불을 틀어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먼저 국민과의 진지한 대화를 시도하고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을 같이 고민하며 국민과 같이 나가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촛불은 조만간 요원의 불길로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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