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매체의 보도전쟁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07.09 15:31:31
요즘 진보 언론과 보수 언론 사이의 상호 공격이 엄청나다. 가히 ‘미디어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수시로 1면 머리 기사를 통해 주고받는 공격은 분명 국민들에게 낯선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 눈길을 잘 끌지 못한 언론들은 ‘중도적 언론’임을 표방하면서 “주창 저널리즘을 하지 말라. 우리 같은 중도파도 있다”고 외치고 있다.
미디어 전쟁은 기득권을 가진 보수 언론이 보수적 정치권-시민-행정권력과 한 무리를 이루어 진보적 언론-정치권-시민세력을 상대로 전개하는 일대혈전의 복합적 모습까지 띠고 있다. 일부 학자와 시민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극단론으로 나라가 찢어진다”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요즘 미디어 전쟁은 여론 다양성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어 비관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미국 쇠고기 반대를 외친 촛불 시위와 반 이명박 시위를 놓고 진보 언론들은 감시견 역할을 하고 있고 보수 언론들은 보호견 역할을 하고 있다. 진보신문들은 시민단체 등 주류가 아닌 정보원을 이용하고 있고, 보수신문들은 기존의 정치권력을 정보원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세상을 보는 뉴스의 틀이 서로 다르고 상충되고 있다. 요즘 보수지들의 언론 행태를 보면, 그들은 권력측의 이해를 주로 대변하고 있어 권력 견제라는 미디어 본연의 역할을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미디어 전쟁은 시민들이 보수 언론을 비판하고 그들의 광고주를 압박하면서 더 격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광고주 압박은 허용할 수 없다”면서 보수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광고주 압박운동은 인터넷의 진전된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언론의 보도에 불만이 있을 경우 광고주에 대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해외 사례들은 보여 주고 있다. 미국의 폭스뉴스 광고주에 대한 압박 등 미국 사례들은 시민들의 광고주 압박운동이 정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미디어 전쟁을 더욱 격화시키는 것은 진보 신문의 독자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반면 보수 신문들의 독자가 차츰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광장에서 시위를 벌인 시민들은 그들을 비판하는 보수 신문들보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준 진보 신문들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비판적 언론에 광고를 주지 않으려 한 것처럼 시민들은 그들의 진정성을 비판한 언론을 거부하고 비판할 수 있다. 시민들은 보수 신문의 단단한 아성을 깨기 위해 광고주에 대한 압력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보수 신문들이 흥분한 것은 그들의 돈줄인 광고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보수 언론의 공격과 행정력의 압박은 우리의 언론자유를 거의 옥죄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검찰의 PD수첩에 대한 수사는 향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제작용을 할 가능성도 있다.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전달하려는 목적에서 기획-제작된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고의적으로 광우병 공포를 확산시키려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수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시민들을 선동하려는 고의성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PD가 있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보수 신문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시위를 강력히 진압하라고 촉구했고, 광고주 압박은 업무 방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 신문들이 차츰 강한 의제 설정력을 갖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시민들은 보수 신문들이 전파하는 친정부적 정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부에 대한 비판적 정보를 전하는 진보 신문들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요즘 전개되는 미디어 전쟁을 계기로 국민들은 미디어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믿는다. 우리는 미디어 전쟁이 국민에게 미디어를 보는 새로운 안목을 키워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