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물러나 자신을 돌아보라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주주총회장을 봉쇄하며 주주들의 출입을 막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40초 만에 YTN에 투하된 뒤 대표이사를 ‘참칭’하고 있는 구본홍 사장(이명박 대통령후보 언론특보)과, 한국방송공사(KBS)가 정부산하기관이라는 억지를 부리며 KBS를 장악하고자 애쓰는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특정 인물을 심으려고 멀쩡한 KBS 이사를 해임시키도록 한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 KBS 사장 해임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망언을 일삼는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차관.

이쯤 되면 네 사람은 파렴치한(破廉恥漢)이라고 불릴 만하다. 최근 한국언론재단과 신문유통원 임원들에게 법률이 정한 임기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내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인촌 장관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더 이상 재신임 문제를 묻지 않겠다고 했으니 일단 그는 제외한다고 치자.

이들 네 사람의 주변에는 똑같이 어른거리는 그림자가 있다. 그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법률도, 상식도, 최소한의 예의도, 염치도 몽땅 내팽개치는 과거 비열한 군부 독재정권의 그림자다. 그리고 그 독재정권 체제에서 오로지 ‘하면 된다’는 일념 하나 만을 갖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채 자기 이익 챙기기에 골몰했던 한 건설 CEO의 그림자다. 이들이 직접 정권을 잡은 이후 보여주는 현상들은 지극히 수구적이고, 반동적이며, 오히려 과거 ‘독재정권 선배들’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뛰어넘는다. 청출어람이다.

특히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언론장악 추진은 아예 속옷마저 벗어던진 꼴이다.

KT가 대주주인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사장에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가 낙하산 1호로 앉았다. 아리랑TV 사장 역시 그의 언론특보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다음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는 언론특보단장이 앉았다. 그리고 지난 17일 YTN 날치기 주총까지 상식을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로 하여금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일을 태연히 저지르고 있다. 남은 것은 KBS임을 잘 안다는 듯 자신들이 가진 모든 화력을 동원해 융단폭격을 쏟아내고 있다.

어떻게 모든 언론사, 방송관련기관을 몽땅 장악하려 하며, 그것도 모두 자신의 대선 언론특보에다가 이른바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 인맥’일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 챙기는 의리에 감동받아야 하나, 아니면 빈약한 인재 풀과 철학 부재에 한숨을 내쉬어야 하나.

다행히 그 의도 하나만은 명백해졌다. 방송을 장악하고, 여론을 장악해서 무슨 일을 하려는지도 직접 응답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KBS 사장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점잖게 말했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에 일관된 철학 체계가 있는지도 심각한 의문이지만, 이는 일단 뒤로 미뤄놓고 보자.

언론을, 방송을 자신의 입맛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어떤 대의명분이 없음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이 어찌 일개 권력의 것인가. 언어도단이고, 권력 망상이다.
네명의 파렴치한들은, 어차피 ‘방송의 공공성’, ‘역사적 평가’, ‘민주주의의 가치’ 등은 자신들의 철학이 아닐 것이라 보고, 그저 개인적 차원에서 자식들과 부모님, 조상님을 욕되게 하는 일을 그쯤에서 멈추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자신을 차분히 돌아볼 것을 정중히 권하고 싶다.

누가 아는가. 잘 성찰한 뒤에 이 정부가 다행히 4년 남짓 잘 지속되고 한 번 더 기회가 오면 더 크게 쓰일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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