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민씨-김은희 작가 설전, PD수첩의 진실은
고재열 독설닷컴 통해 반박글 주고 받아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 입력
2008.08.01 19:02:37
시사인 고재열기자의 블로그 ‘독설닷컴’(poisontongue.tistory.com/)에서 정지민(PD수첩 번역작가)씨와 김은희 메인작가, 김보슬 PD간 설전이 벌어져 눈길을 끈다. 또 이 과정에서 PD수첩 파동과 관련한 민감한 내용도 나와 주목된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CJD’라고 언급한 것을 ‘vCJD’로 표기한 것이 ‘의역이냐, 의도적인 왜곡이냐’는 점이다. 이를 두고 정지민 씨와 김은희 작가, 김보슬 PD는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정지민씨와 조중동 등 보수언론, 검찰 등은 그간 이 부분을 “의도적인 왜곡”이라고 주장해 왔다. 아레사 빈슨을 광우병 환자로 몰아가기 위해 CJD를 vCJD로 자막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보슬PD와 김은희 작가는 전체 맥락상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CJD라고 말한 것은 vCJD로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PD수첩의 변호를 맡고있는 김형태 변호사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레사 빈슨 모친이 ‘MRI 결과 vCJD’로 추정된다고 말한 자료가 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MRI 결과 vCJD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자료가 있다면, 이는 원문 CJD를 vCJD로 자막처리한 것이 의역이지 왜곡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레사 빈슨 어머니는 4월25일 방영된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MRI 검사결과는 (아레사가) CJD에 걸렸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이를 PD수첩은 “MRI 결과 아레사가 vCJD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로 자막처리했다.
원본 CJD가 vCJD 가능성으로 바뀌었고 PD수첩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전문 용어를 혼동했으며 전체 맥락상 vCJD라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정지민씨도 6월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CJD와 vCJD라는 말을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번갈아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정씨가 문제의 PD수첩 방영분을 보기 이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씨는 이후 말을 바꾼다. 7월2일 문화일보 등에서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로 번역이 제대로 이뤄진 이후 누군가에 의해 임의로 ‘vCJD’(인간광우병)로 (동영상 자막에) 표기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정씨는 “(6월) 26일 보도된 인터뷰를 할 때쯤에 저는 PD수첩 방송분에서 CJD이야기가 아예 누락된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기자 분들이 자꾸 ‘빈슨 어머니가 vCJD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을 때, 당연히 ‘했다’고 답했죠. 그것이 ‘CJD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는 뜻이 되나요”라고 말했다.
또 “(PD수첩 측이)전체 인터뷰를 보면, MRI-vCJD진단이었다고 그렇게 주장하시는데, 그럼 해명방송에서야 말로 그런 부분들 중에서도 최고로 확신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을 사용하셨을 것이다. MRI-vCJD라고 하는 부분이 그토록 많았다면 진작 방송에서 쓸 것이지, 왜 안 썼는가?”라고 공격했다.
정씨는 “자료 제출도 못하면서 ‘그 속의 전체적 맥락을 따져보면 빈슨 엄마가 vCJD를 의미한 거’라고 무작정 우기는 것보다는, MRI로 vCJD 진단 나왔었다고 말하는 게 더 유리하실텐데 끝까지 그 말은 못하겠죠? 그런데 애당초 vCJD로 자막처리를 할 용기는 어디서 나왔는가 궁금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PD수첩 김보슬 PD와 메인작가인 김은희씨는 반박글을 올렸다.
김보슬 PD는 “MRI 결과 vCJD로 의심된다는 어머니의 또다른 인터뷰는 분명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방송을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방송보고 확인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또 “PD수첩이 그 어떤 의혹에 대해 속시원히 해명할 수 있는 방법이 원본제출임을 알면서도 공개하지 못하고 차라리 온몸으로 맞서겠다고 하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언론사에 길이 남을 치욕적인 선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도 정씨에 대해 “당신은 ‘CJD→vCJD’ 의역을 두고 ‘MRI상 CJD’ 진단이 나왔는데 제작진이 인간광우병으로 몰아가기 위해 일부러 ‘vCJD’라고 바꿨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아레사 빈슨은 정확히 ‘MRI 상 vCJD’ 진단을 받았고, 어머니가 인터뷰상으로 말하는 CJD란 모두 vCJD를 의미'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당신은 제작진이 어머니를 인터뷰한 테이프 총 4권 중 단 1권(40분)만을 번역했더군요. 그런데, 당신이 번역했던 테이프 안엔 CJD니 vCJD니 그런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라며 “공교롭게도 당신이 유일하게 번역했던 한 권의 테이프는 막 그 진단 결과를 듣기 전에 끝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PD수첩의 변호를 맡고있는 김형태 변호사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레사 빈슨 모친이 ‘MRI 결과 vCJD’로 추정된다고 말한 자료가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빈슨의 모친은 CJD(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와 vCJD(인간광우병)를 혼용하고 있었지만, 딸의 사인을 의사에게 들은 대로 vCJD로 추정된다고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CJD를 vCJD로 의도적으로 번역했다는 부분이 논란이 되면 (원본 테이프 중) 그 부분만을 따로 공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아레사 빈슨의 경우 MRI에서 '시상베개'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임상 증상으로서 22세에 CJD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 때문에 더욱 vCJD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