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공기업 통폐합 포함
정부 '돈줄 죄기' 화답한 노조에 비판 거세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입력
2008.08.06 14:06:59
“언론재단이 대행하고 있는 정부광고 민영화 논의는 항상 있어 왔어요. 그때마다 언론재단은 다른 재원확보 방안이 없는 한 정부광고 대행의 필요성을 얘기했고 문체부도 그에 동조했죠. 그랬던 문체부가 갑작스럽게 기타 공공기관의 광고대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황당했어요. 하긴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은 이번만이 아니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9일 정부 광고 가운데 기타 공공기관의 광고대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데 대해 언론재단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언론재단은 정부 광고를 대행하고 받은 수수료를 주 수입원으로 하며 2007년 수수료 수입은 2백18억원에 달한다. 기타 공공기관의 광고를 민간에 개방하면 26억여원의 돈이 재단 수입에서 빠진다.
밑천 동나자 ‘돈줄 죄기’나서
박래부 이사장의 퇴진을 직·간접적으로 종용해온 문체부가 여의치 않자 언론재단의 ‘돈줄’을 죄는 것으로 사퇴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른바 ‘재원 압박→직원 불안감 조성→노조 투쟁 유도→임원 사퇴’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언론재단 노조가 임원진 즉각 사퇴를 요구하면서 현실화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임원들의 자리에 연연한 정치 도박으로 정부 광고의 한 축이 무너져버렸다”면서 “임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마땅히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를 비대위로 전환했다.
노조 관계자는 “언론재단 예산 문제 등 문체부와 풀어야 할 문제가 적잖은데 임원진과 문체부의 대화 채널은 닫혀 있다”면서 “경영능력이 없는 임원진에게 재단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임원진 사퇴 요구 노조 비판
노조의 박 이사장 압박에 언론계는 차가운 시선을 던지고 있다. 현 정부 코드에 맞는 낙하산 인사를 위해 임원사퇴를 강요하는 문체부에 책임이 있는데, 임원진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건 노조의 행동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임기가 보장된 임원진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낙하산 인사를 빨리 내려달라고 문체부에 요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재단 내부에서는 노조의 성급한 처신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직원은 “노조의 성명 발표로 재단이 밥그릇에만 안달복달하고 있는 조직인 것으로 외부에 비쳐지고 있다”면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문체부, 통폐합 카드 ‘만지작’
노조가 안팎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문체부의 시나리오는 일단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에 따라 언론재단 사태는 당분간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카드가 공개된 상황에서 누군가 다른 카드를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고, 노조 또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국가인권위 제소 등을 밝히면서 사퇴 불가를 천명했다.
하지만 뇌관은 잠복해 있다. 다름 아닌 신문지원 기구 통폐합이다. 조선일보는 5일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오는 11일 40~50개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거나 통폐합하는 내용의 공공부문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통폐합 대상에 언론재단과 신문발전위·지역신문발전위·신문유통원 등 언론 관련 기관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