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프로 위주 편성...시청률 경쟁 부추겼다'

정치적 독립.보도 전문화로 방송 역량 강화해야, 시청자연대회의 ´상업방송 도입 10년,SBS를 말한다´포럼 개최

SBS의 출범이 우리 방송환경에 미친 영향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 지나친 선정성과 오락·연예 위주의 편성으로 ‘시청률 지상주의’를 불러왔다는 가혹한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로 창사 10주년을 맞는 SBS를 냉철하게 평가하면서 건강한 방송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시청자연대회의는 지난 25일 오후 4시 민주언론운동연합 강의실에서 ‘상업방송 도입 10년, SBS를 말한다(1)’를 주제로 월례포럼을 개최하고 SBS 출범 10년 동안 우리 방송환경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피고 개선점을 모색했다.

‘상업방송도입 이후 방송환경의 변화’를 발표한 김시창 민언련 기획부장은 “SBS는 드라마 ‘모래시계’와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방송사간 질적 경쟁력을 제고시킨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지만 오락프로그램 위주의 편성으로 방송사간 시청률 경쟁을 유도해 저질·선정·상업적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고 비판했다. 김 부장은 또 “SBS가 지역민방에 공급하는 프로그램 비율이 70∼80%나 되면서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SBS 또한 민방의 한 당사자로서 다른 지역민방들이 자체 제작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교류와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욱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진정한 방송의 힘이란 정치적 독립과 정치보도의 전문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러한 역량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SBS는 이 부분에 역점을 둬야 한다”며 “아울러 질적으로 뛰어나면서도 재미와 감동이 있는 오락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개발해야만 오락성에서도 승부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기태 서강대 방송아카데미 교수는 MBC와 KBS 2TV 역시 상업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독 SBS의 출범을 상업방송 도입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이견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MBC와 KBS 2TV는 공영적 상업방송, SBS는 사영상업방송이라는 분류기준을 제시하며 “SBS 뿐만 아니라 MBC, KBS 역시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SBS가 사영방송 모델로서 활동한 10년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프로그램과 편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며 “SBS는 그동안 소유주의 인사권과 편성권 침해 남용이 적잖았고, PD연합회 등 직능단체와노동조합이뒤늦게 결성됐을 뿐만 아니라 그 운영도 제한적이라 SBS의 공영성 보장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애 한겨레 기자도 “SBS는 타 방송사가 교양·뉴스물을 방송하는 시간대에 오락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엇갈린 편성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오락물에 집중시켰고 이는 방송 3사가 시청률 경쟁에 연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박희설 SBS 홍보팀장은 “SBS가 지나친 상업주의와 시청률 경쟁을 촉발시켰다는 지적에 일말의 책임을 느끼지만 SBS만 상업독점방송으로 규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창사 10주년을 계기로 알뜰한 경영과 좋은 프로그램 제작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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