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병정' 별명의 워커홀릭

이병순 KBS 사장은 누구인가

KBS 이병순 사장은 KBS 입사 후 기자 초년병 시절 거친 사회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제 관련 부서에서 일한 ‘경제통’이다.


정치부를 한 번도 거친 적이 없고, 정치적으로는 ‘무색무취’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남 출신에 경북고-서울대를 나와 고교 동기 동창인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절친한 사이여서 여권에 어느 정도 인맥은 있다고 전해진다.


마지막까지 유력 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김인규 전 KBS 이사 후임으로 박권상 사장 시절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았으나 정연주 사장 취임 후 본부가 폐지돼 KBS미디어 사장, KBS비즈니스 사장을 거쳤다. 이때 적자였던 회사를 모두 흑자 구조로 전환, 경영 실적 면에서 높은 평가를 얻었다.


이 사장은 평소 치밀하고 강단있는 일처리 방식으로 유명해 앞으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악’ 소리 나게 생겼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에 대한 호오(好惡)도 뚜렷하게 갈린다. 한마디로 ‘모시기 힘든 사람’이라는 소리다.


실제 베를린 특파원을 지낸 이병순 사장은 ‘독일 병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저돌적인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다. 결제 서류의 오탈자까지 일일이 따질 정도로 빈틈이 없고 “회사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는 신조에 퇴근 후에도 업무를 볼 정도의 워커홀릭으로도 알려져 있다.


KBS비즈니스 사장 재임 시절 1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한 전례도 있어 사내 안팎에서는 KBS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이 후보는 실제 사장 후보자 면접 과정에서 ‘KBS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은 KBS 사장 후보군이 거론되기 시작한 연초부터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KBS 출신 사장 후보자 가운데서는 “정치적 색채는 제일 없다”는 평이었다. 평소 깐깐한 성품으로 노조는 물론 청와대에 대해서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정치적 외풍의 방패막이가 돼야 할 KBS 사장으로서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가 선호했던 김인규 전 이사와 김은구 KBS사우회장이 낙마한 뒤 ‘어부지리’로 제청된 면이 있어 여권의 신임이 두텁지 못하고 야권에도 지지세가 없다는 것이다. 25일 이사회에서 임명 제청자를 두고 4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병순 사장이 결정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따라서 정연주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11월까지만 채우는데다가, 정기국회에서 KBS 사장 선임 방식을 바꿀 국가기간방송법이 통과되면 시한부 사장이 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무엇보다 KBS사원행동 등의 단호한 입장 때문에 ‘낙하산 사장’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결국 사내 구성원 및 시민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정권이 선택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사회가 정연주 전 사장 해임부터 이 사장 제청까지 계속 불법․탈법 논란에 휩싸인 끝에 결정했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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