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KBS 사장 인선 개입은 불법이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08.27 11:24:26
25일 KBS 이사회가 여러 차례의 우여곡절 끝에 KBS 출신의 한 인사를 사장 후보로 제청하고, 다음날 대통령이 그를 임명했다. 이는 청와대의 막무가내식 KBS 장악 시나리오나 다름없다. 우리는 그동안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면직과 새로운 사장의 임명 절차를 지켜보면서 청와대의 노골적 방송장악음모에 대해 규탄과 우려를 해왔다.
게다가 "방송의 독립성을 보호하겠다"고 누누히 말해 온 최시중 방송통신 위원장이 앞장서서 KBS 사장 인선과정에 관여하고 있어 우리는 그가 그동안 거짓말을 했음에 크게 분개한다. 사실 우리는 그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방송 장악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선임을 예견했다. 청와대와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이렇게도 짓밟을 수 있는가. 작금의 사태를 보면 이명박 청와대의 KBS 사장 인선에 대한 개입으로 인해 우리의 공영방송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현행 방송법은 분명히 KBS 이사회가 정치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재천 이사장 아래의 KBS 이사회는 청와대 주요 인사들의 강한 입김을 받아 가면서 후임사장 선정 작업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KBS 이사회는 내부에서조차 사장 임면에 관한 충분한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친여 이사들의 수적 우세 아래 일방적인 의사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는 현직 KBS 사장을 면직하는 과정은 물론 새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 모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정정길 청와대 비서실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재천 KBS이사장 등이 모여 새 KBS 사장 인선을 위한 모임을 했다는 것은 사장 인선에 청와대의 입김을 불어넣겠다는 의도 이외의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현행 방송법에 의하면, KBS의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작금에 진행되는 KBS사장의 해임-임명 절차를 보면 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크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와 KBS 이사회가 사전에 물밑 교섭을 한다는지, 청와대가 사전에 인선 기준을 정한 가운데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KBS 이사회가 청와대의 지침을 받들어 사장 후보자를 추천 제청하는 과정 자체에 대해 "청와대가 낙하산 인사를 한다"고 규정짓고 이를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KBS 이사회의 정치적 독립은 요원하다고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우리는 청와대와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생각이 조금도 없음을 크게 개탄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KBS사장 해임권 논란과 관련해 최근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고 임기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KBS 사장이 정치적 영향을 받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임기 보장 차원에서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10년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공영 방송사 사장을 임면한다면 과거 정권의 좋은 점도 폐기하는 짓이다. 청와대가 이렇게 한다면 5년후 자신이 임명한 KBS사장도 후임 정권에 의해 면직당할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