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환경 대처 미흡 '뼈저린 반성을'
신음하는 언론, 분투하는 기자들 <2>스포츠신문 3사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 입력
2008.09.03 14:14:34
무가지·포털 영향으로 매출 급감…올림픽 특수도 거의 없어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스포츠신문 기자들은 요즘 뒤숭숭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으로 정신없는 한 달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보니 기다리고 있는 건 우울한 현실뿐이었다.
한 10년차 기자는 “한마디로 미래가 막막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2000년대 초까지 1백만부를 호가하며 전성기를 누렸던 스포츠신문. 하지만 현재는 현상유지에 급급한 형편이다. 예전 같지 않은 경영 사정에 한숨을 내쉬는 신문사들이 여럿. 일부 사정이 괜찮은 곳도 있지만 과거에 비한다면 ‘오십 보 백 보’다. 좀처럼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생존’이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특수 ‘미미’스포츠신문 역시 광고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경기 하락으로 광고시장이 축소됐고, 기대했던 베이징 올림픽 특수는 생각보다 미미했다. 특히 4년 전 올림픽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스포츠서울 광고국 관계자는 “모든 신문이 다 그렇겠지만 사정이 굉장히 안 좋다”며 “예년에 비해 30~40% 정도 광고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올림픽 특수도 아주 미미할 정도”라며 “이제 기업들은 인터넷이나 지상파 등 다른 매체에 광고를 싣거나 자체 행사를 통한 홍보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 대기업들이 스포츠신문에 광고를 싣기보다는 간접 홍보행사를 더 많이 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광고주들로부터 광고를 따내기가 힘들다”는 얘기였다.
일간스포츠 광고국 관계자도 “광고를 잘 하지 않던 대학에서 일부 수주하면서 평년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였다”며 “하지만 과거 올림픽 대목 등과 비교하면 결국 마이너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조선 광고국 관계자는 “다른 경쟁지에 비해 조선은 가장 나은 편으로 판단한다”면서도 “15% 신장을 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광고 감소를 체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 특수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짝수년마다 오는 대목을 잘 잡아야 하는데 올해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무가지의 활개로 가판시장의 절반 이상을 잃게 된 것은 오래된 고민거리. 2000년 초 무가지의 등장과 함께 스포츠신문 매출은 절반 이상 급감했고 현재도 가판은 거의 포기상태나 다름없다고 한다.
갖가지 ‘설’에 시달리는 기자들게다가 갖가지 소문마저 흉흉하게 나돌고 있다. 스포츠서울 매각설, 스포츠조선 구조조정설, 일간스포츠 무가지 전환설 등 기자들의 사기를 꺾는 소문들이 무성하다.
대부분은 근거 없는 ‘설’에 불과하지만 기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스포츠서울의 경우 여타 경쟁사들에 비해 위기감이 팽배했다. 최근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기 때문. 지난달 27일 스포츠서울21이 신문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 회사를 설립하는 회사 분할안을 공시한 것이다. 이로써 기존 법인인 스포츠서울21이 상장사로 남게 됐고 스포츠서울은 비상장사가 됐다.
때문에 기자들은 정홍희 대주주가 우회상장 후 신문을 매각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각이 되면 3년 전 일간스포츠의 전례처럼 대규모 구조조정도 우려된다는 얘기다.
스포츠서울 노조 관계자는 “코스닥 업계에서는 악질 기업사냥꾼들에 의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런 모럴헤저드가 언론사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조선도 조선일보 방우영 명예회장의 외아들 방성훈씨가 대표이사가 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아직 취임 1주일이 안 된 상황이라 별다른 기미는 관측되지 않는다.
다만 방 부사장이 “2시 출근, 10시 퇴근” 방침을 정하면서 일각에선 저녁가판 포기설과 함께 감원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흘러나온다. 반면 일부에선 방 부사장의 취임을 ‘희망’으로 여기는 기류도 감지된다.
일간스포츠의 무가지 전환설은 본보 취재결과 ‘사실 무근’으로 확인됐다. 일간스포츠의 15년차 기자는 이와 관련 “스포츠신문의 사정이 어렵다 보니 근거 없는 소문이 양산된다”며 “스포츠신문 기자들이 겪는 비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기자들로선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소문이 도는 것은 결국 고용 안정 문제가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력감축·이직 러시…생존 고민 ‘심각’이런 상황이다 보니 기자들은 생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경영 악화와 매출 급감은 이제 예삿일이 됐다.
일부 신문에선 “경영진이 신문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인력 감축 고민만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직 러시도 문제다. 실제 스포츠서울의 경우 최근 2~3년간 30여명의 기자가 이직했다. 대부분 6~8년차 기자들로 신문업계나 타업종으로 이직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수습기자 3명이 사표를 내기도 했다. 과거 인력의 3분의 1수준인 터라 업무량도 두배로 늘었다.
한편으론 스포츠신문의 역할과 기능이 저평가됐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기자들도 있었다. 기자로서 현장에서 고군분투해 왔지만 언제부턴가 선정성 등 악영향을 질타하는 목소리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스포츠조선의 한 기자는 “우리 역시 스포츠저널리즘의 한축을 담당해왔고 스포츠의 저변을 확산시키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다”며 “언론계가 스포츠신문의 순기능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터넷 매체가 사실상 더 선정적이고 ‘쓰고 보자’는 보도를 더 많이 하지 않느냐”며 “전후 사정없는 스포츠신문 때리기가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언론계에서는 관심의 사각지대로 내몰렸고 독자들은 스포츠신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을 갖게 됐다는 지적이다. 프로 야구, 프로 축구, 프로 배구 등 각종 스포츠 분야를 활성화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지만 그 공은 온데간데 없다는 불만이다.
내·외부 장애요인으로 스포츠신문 기자들은 지금 지쳐있다. 하지만 스포츠신문 기자들은 마음 놓고 일할 일터를 원하고 있었다. 새롭게 뛰고 싶어했다. 문제는 고용안정이다. 한 기자가 말했다. “마음 놓고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