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 철 전남매일 정치부장

'홍길동이 소설속 인물이라구요?', ´실존인물´확신 4년간 행정 추적, 일본 오키나와서도 초청

홍길동이 실존인물이라는 주장은 여전히 낯설다. 이 낯선 주장을 4년여간 ‘사실’로 취재하고 보도해온 기자가 있다. 정철 전남매일 정치부장. 그동안 ‘실존인물 홍길동’ 관련 기사만 100여건을 써왔다.

홍길동과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97년 장성군에서 ‘특색사업’으로 채택한 홍길동 사업을 취재해야 했는데 후배들이 현장취재를 나가는 바람에 내가 가게 됐죠.” 거기서 정 부장은 오래 전부터 ‘장성의 실존인물 홍길동’을 연구해온 양승권 연세대 교수를 만났고 방대한 자료를 처음 접했다.

“조선왕조실록에 길동에 대한 기록이 100여회가 나와있더라구요. 그 기록을 총체적으로 정리하면 그게 바로 허균의 ‘홍길동전’이었습니다.”

‘이거다’ 싶었고 곧바로 관련 자료를 챙겨 97년 4월 19일자 1면 머릿기사로 “홍길동은 장성출신 실존인물”이라고 보도했다. ‘미친 놈’, ‘또라이’ 소리를 듣기 시작한 때가 이즈음이었다.

하지만 ‘실존인물 홍길동’ 기사는 계속됐다. 같은해 7월부터 연말까지 ‘다시 쓰는 실록 홍길동전’을 연재했다. 또 97년 7월과 올 4월 자비를 들여가며 일본으로 건너가 오키나와로 진출한 홍길동, 이른바 홍가와라(洪家王)를 추적했다.

“회사 지원도 있었지만 홍길동 덕에 집안 말아먹은 꼴이었죠. 항공료만도 만만찮아 현지에서는 ‘거지행색’을 감수하고 취재에 나섰습니다.” 무엇이 이토록 홍길동에 미치게 했을까.

“나에게도 길동은 상상 속의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파헤치면 그는 일찍이 만민평등을 주창하며 오키나와까지 세를 넓혀간 민중의 영웅이었거든요. 사실을 알려야죠.”

정 부장은 실제로 지난 12~15일 오키나와현 아시가키마시 초청으로 홍가와라 일본 도래 500주년 기념식과 동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그의 노력이 조금은 인정받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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