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를 찾아라" 시사주간지는 지금 변화 중
신음하는 언론, 분투하는 기자들 <3>시사주간지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 입력
2008.09.10 14:37:34
경제·문화 등 트렌드 기사 강화하고 열독자 위한 심층보도 주력“시사주간지의 활로는 무엇일까,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 뉴스메이커(현 위클리 경향) 원희복 편집장은 주간지 시장이 이제 예전 같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많은 시사주간지들이 고전하고 있어서다.
과거에 많게는 20만 부를 호가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주간지들이 2만~5만 부 안팎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뉴미디어와 무가지의 공격으로 휘청했다. 독자수도 줄었고 가판·광고시장도 축소됐다.
이 때문에 급변한 매체 환경 속에서 ‘시사주간지만의 영역을 어떻게 확보하고 특화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기자들과 경영진을 괴롭혀 왔다. 경제주간지를 포함해 주간지만 20여 곳. 과거보다 경쟁도 심해졌고 경기 악화로 광고 사정도 좋지 못한 형편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통한 ‘변신’을 시도하는 매체가 있는가 하면, 정통 시사를 고집하며 열독률 올리기에 고심하는 매체도 있다. 한 경영진은 “호시절은 갔다”고 말했고 또 다른 경영진은 “이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화만이 살 길…차별화 시도”최근 시사주간지 업계에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국내 최초의 시사주간지인 주간한국이 ‘문화라이프 전문지’로 변모한 것.
1964년 첫 발행돼 시사주간지의 외길을 걸어온 주간한국이 결국 44년 만에 전통적인 시사주간지의 길을 접었다.
이를 두고 외부에선 “시사주간지의 패배”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하지만 변화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도 내린다.
실제 주간한국은 9월 혁신호를 내고 새로운 독자 확보를 노리고 있다. 이 책에는 시사주간지의 전통적인 영역이었던 정치·사회·경제 분야 기사 대신 문화·예술·패션·생활 같은 기사들로 채워졌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박종진 편집장은 “시사주간지가 그동안 우위를 선점하고 있던 시사 분야가 점차 다른 매체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며 “독자들의 주관심사도 일상적 삶, 문화, 라이프 같은 이슈로 변했다는 분석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차별화된 문화 전문지로 승부를 걸겠다”고 덧붙였다.
경영진 쪽에선 문화·예술·패션 등의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광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주간동아 역시 9월 추석 합본호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정치기사의 비중을 대폭 줄인 것이다. 정치기사가 가독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
대신 사회적 흐름과 유행 등을 기사화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사회·경제·문화 분야의 트렌드 기사를 강화하고 강남 교육시장, 중국어·한자, 아이비리그 소식 등 실용적인 기사도 배치했다. 주로 대학생과 직장인 층을 타깃으로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진수 편집장은 “위클리 조선이나 한겨레21, 시사IN과 같은 분명한 정치지향을 하기보다는 독자들이 볼 때 유용한 정보를 많이 실을 생각”이라고 했다.
시사주간지의 이런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정치·사회 기사로 전성기를 누렸던 시사주간지가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심층기사 강화 열독률 지킨다”반면 뉴스메이커, 한겨레21, 시사IN, 위클리 조선 등은 기존 컨셉트를 유지하며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주간지의 특성상 열독자들이 많고 그들을 충족시키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
한겨레21과 시사IN은 “일간지에서 다루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비추겠다”, “범람하는 뉴스를 정리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기존의 비판적 기능과 심층 취재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여전히 특화된 탐사·기획보도, 특종 보도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겨레21의 경우 인권 문제, 아시아 국제사회 문제, 소수자 문제 등을 집중 조명하며 진보적 정치성향의 독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사IN 역시 시사저널 사태 등을 통해 ‘정직한 언론’ ‘쓸 것은 쓰는 언론’ ‘권력과 싸우는 언론’ 등의 이미지로 젊고 진보적인 열독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위클리 조선은 유일한 보수 주간지로 자리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광고 수주율도 타 매체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정기 구독자수도 많고 안정적인 배달망도 강점이다. 이 매체 역시 보수적 논조로 1위의 열독률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뉴스메이커는 위클리 경향으로 제호를 변경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경향신문에서 발행되는 줄 모르는 독자들이 많아서다. 촛불정국을 통해 경향신문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제호 변경을 통해 사회 변화를 원하는 독자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원희복 편집장은 “시사주간지의 경영 사정이 안 좋다는 것은 모든 매체가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라며 “과거부터 강조해온 인물 정보에 강한 시사주간지를 구현하는 한편 심층적인 기사를 통해 독자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