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언론인 제4차 대표자회의 의의

남북 언론인들이 10월 초 다시 만난다. 벌써 네번째 공식 만남이다.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와 6·15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는 6일부터 평양에서 닷새 동안 제4차 남북언론인대표자회의를 갖는다. 양측은 2005년부터 매년 정례 대표자회의를 해왔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 지난 10년 동안 쌓아놓은 남북 간의 신뢰와 당국 최고 책임자간의 공식 합의, 한반도 평화와 화해 분위기, 향후 해결해야 할 남북 공통의 과제 등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두 부정됐고, 남북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북핵, 북 미사일 실험 등을 둘러싸고 노출된 크고 작은 북·미 관계의 위기 속에서도 변함없이 지켜졌던 남북의 신뢰 분위기가 한 순간에 허물어지고 만 것이다. 남북 당국간 교류의 끈은 거의 차단됐다. 그토록 활발하게 진행되던 민간의 교류조차 사실상 끊기다시피 했다.

이러한 냉혹한 상황에서 남북 언론인들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분단된 나라에 사는 언론인의 중요한 소명 중 하나는 기사와 방송을 통해 남북에서 각각 시민(인민)들과 접촉하고 남북의 화해 협력,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지역 평화의 중요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테다. 게다가 내친 김에 작지만 의미가 큰 소중한 옥동자의 결실까지 맺으려 한다.

화해와 협력을 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다른 점에 대한 무지를 없애고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 같은 점을 찾아나가는 것, 공통의 이해관계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남북 언론인은 이번 대회를 통해 6·15선언과 10·4선언의 원칙과 의미를 재확인함과 동시에 남북간 기사 교류와 취재 편의 보장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특히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뿐 아니라 칼럼, 논평 등까지 기사 교류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팩스뿐 아니라 e-메일을 통한 기사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과 형식의 기사 교류에 있어 상호간에 관련 현안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점은 더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상대방을 더욱 따뜻하고 겸허하게 바라보겠다는 약속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과거 남북간 교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번 만남에 우리 모두가 관심가져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1945년 분단 이후 통일의 길은 늘 험난했다. 1960년 4·19혁명을 시작으로 1987년 6월 항쟁, 1989년 고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씨의 방북, 1990년대 남·북·해외 3자의 다각적 남북 교류 움직임 등 늘 선각자의 희생과 헌신을 요구했다.

대중적 통일운동을 지향하면서도 양상은 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통일운동의 성과는 한순간에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 2000년 역사적인 6·15공동선언 이후 각계각층에서 남과 북의 화해와 교류 협력은 활발하게 전개됐다. 2006년 10·4공동선언을 거치면서까지 마찬가지였다. 핵 문제, 미사일 발사 문제 등 숱한 위기 속에서도 남북 사이에 켜켜이 누적된 오랜 세월의 성과는 쉬 흔들리지 않았다. 비록 최근 몇 달 동안 외부가 아닌, 우리 내부에 의해 남북 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수면 아래 빙산의 거대한 뿌리는 ‘한반도 평화’라는 합법칙적인 역사의 발전 방향과 중심을 지켜내고 있음을 결코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엄중한 시기, 남북 언론인의 네번째 만남은 한반도 평화와 새로운 화해, 협력 움직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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