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탄 국감…언론장악 음모 국정조사를

공자는 경제(足食), 군사(足兵) 그리고 백성들의 신뢰(民信之)가 정치의 근본이라고 했다. 또한 백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의를 거슬러서는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의회정치의 꽃이라고 하는 국정감사 취지 중 하나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것만 봐도 정치의 근본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방송장악 음모와 언론탄압 의혹에 대해 이번 국정감사는 국민의 신뢰를 외면하는 불발탄을 연발하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문방위는 최대 격전지로 주목을 받았고, 몇몇 증인들의 입을 통해 부적절한 처신과 비밀 회동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여당은 더 이상의 확산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KBS 이사장의 경찰을 동원한 정연주 사장 해임에 대한 월권행위, 6명의 수사 검찰까지 동원한 MBC PD수첩 족쇄 채우기, 80년대 신군부 이후 28년 만에 자행된 YTN 기자 무더기 해고 등에 대한 진실 규명이 거대 여당의 보이콧 앞에 묻혀질 판이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정부와 집권여당은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 그것도 국가적 사안과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용납해선 안 될 국회는 23일 정리국감을 끝으로 서둘러 사정의 칼날을 숨기려 한다. 오히려 문화부 신재민 차관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국제기자연맹(IFJ) 실사단 파견에 대해 한 민간기업의 노사문제 정도로 치부했다. 이는 신 차관이 ‘YTN 주식 매각 발언’을 할 때와는 전혀 딴판의 이야기로, 자가당착에 빠졌음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을 말하면서 그린벨트를 풀고, 방송 선진화를 이야기하면서 기자 해직을 묵인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장하면서 국제사회 평가를 외면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KBS 사장 해임, MBC PD수첩 관련자 징계, YTN 무더기 기자 해직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은 ‘방송 정상화’로 규정짓고 있다. 하지만 대대수 종사자들과 국민들은 ‘방송 장악’, ‘언론 탄압’을 외치고 있다.

대단한 착각들을 하고 있다. 방송 정상화는 언론인 스스로의 자정능력과 국민들의 냉엄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그들과 다른 생각, 다른 처지에 있다고 공권력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다. 언론을 통해 청정지대의 공기를 마시고자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의무가 아니라 정치권이 앞장서 보호해야할 최소한의 가치다.

사회적 공기를 공급하는 언론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은 민의를 거스르는 것이고, 결국 올바른 정치에 역행할 뿐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방송장악 음모와 언론통제 행위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야 한다. 언론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국정감사 후라도 국정조사권을 통해 일련의 방송장악 행위에 대한 한 치의 의혹도 남김 없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백성들의 신뢰(民信之)를 얻는 정치의 기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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