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라디오 연설 "진부하다"

쌍방향 소통 시대 라디오 효과 의문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첫 라디오 연설을 앞두고 참모들과 연설문 문안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익없이 정치적 시비만 자초” 비판


KBS가 정기 편성하기로 결정한 대통령 라디오 연설이 실효성이 떨어질뿐더러 ‘진부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미디어가 주도하는 ‘쌍방향 시대’에 라디오 연설이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물론, 출근 시간 라디오 방송 시간대에는 다른 방송사에 경쟁 프로도 많고 청취율이 높아봤자 3~4%에 그친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만 일으킬 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1930년대 ‘노변담화’를 벤치마킹한 것은 21세기를 맞이한 시점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루스벨트가 노변담화를 할 당시에는 라디오가 가장 대중적인 매체였다. 그러나 라디오의 청취율이 높지 않은 형편인 데다 인터넷, 이동통신의 발달로 ‘쌍방향 소통’이 활성화된 지금 일방적인 라디오 연설 방송은 “진부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거칠기는 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려 노력했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KBS 1라디오의 해당 시간대 청취율이 그리 높지 않을뿐더러, 같은 시간대에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 인기 프로도 많다”며 “또한 일방적으로 읽고 끝나는 라디오 녹음 방송이 ‘쌍방향 소통’에 익숙해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KBS의 방송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시비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와 협의가 진행 중인데 청와대 측이 “KBS 라디오로 아침 출근 시간대 방송한다”고 발표한 데다가 KBS 측은 노조와 라디오 PD 등 사내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야간에 확정 발표를 강행했다.

또 다른 방송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주례 방송 자체를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없으나 추진과정을 보면 방송사와 협의가 끝나기도 전에 방침을 발표하는 등 자율성 침해 논란을 자초했다”며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큰 실익이 없이 계속 시비만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국회 KBS 국감에서도 이 문제는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미국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빠지면 로라 여사가 대신하기도 한다”며 라디오 연설이 보편화돼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실정과는 다르며 최근의 효과에서는 의문이 많은 상태다.

미국의 대통령 라디오 주례 연설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부활됐다. 레이건 대통령은 배우 출신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화려한 언술로 매주 토요일 아침 생방송으로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설을 위해 참모들과 철저한 연습과 토론을 거친 것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레이건은 ‘소통의 달인’이라는 평도 얻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대부분 연설을 사전 녹음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TV에 나서는 것도 꺼리는 형편이다. 현재 부시의 대통령 연설은 공영방송인 NPR가 송출하고 있으나 얼마나 많은 방송사들이 방송에 참여하고 있는지, 주례 연설의 청취율이 어느 정도인지 집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청와대의 국민과 소통 방식에 대한 고민의 수준이라는 평이다. 과거를 답습하기보다는 달라진 환경에 걸맞는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미디어 환경이나 사회의 소통방식이 여러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데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방식은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한다”며 “달라진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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