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관'이 언론특보 자리 주는 곳인가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사장, 정국록 아리랑TV 사장, 구본홍 YTN 사장,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 임은순 신문유통원 원장, 최규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내정)….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도왔던 언론특보 출신들이 줄줄이 한자리씩 꿰차고 있다. 지난해 10월 꾸려진 이명박 대선 후보의 언론·방송특보단은 40여명에 이른다. 이 정부 출범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7명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았느니, 앞으로 남은 4년여 동안 나머지 특보출신들도 모두 한자리씩 나눠줄 태세다. 언론사 사장과 언론유관단체 수장 자리가 무슨 전리품도 아니고, 논공행상도 이쯤이면 금메달감이다.

하나하나 문제점을 따져 보자. 최규철 전 동아일보 논설실장이 이사장에 내정된 뉴스통신진흥회는 KBS와 MBC 등의 연합뉴스 일부 주식을 유상증자 받아 2005년 11월 연합뉴스 1대 주주(30.77%)로 만들어진 공익기구다. 특히 진흥회는 연합뉴스 사장 추천권과 예·결산 승인 및 경영 감독권을 가지고 있어 최 전 실장이 이사장에 선임되면 그 즉시 연합뉴스가 언론장악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과연 특보 출신이 진흥회의 설립 근거가 된 뉴스통신진흥법에도 규정돼 있는 ‘연합뉴스사의 독립성과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신문유통원장에 선임된 임은순 전 경향신문 경영기획실장의 경우는 어떤가. 그는 경향신문 논설위원 시절이던 2003년 12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을 적극 지지·옹호하는 칼럼을 썼고, 이어 2006년 2월에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언론인 지지모임인 ‘세종로 포럼’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이런 이력을 가진 인물이 조·중·동의 불법 경품 등으로 왜곡된 신문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신문유통원장에 어울리기나 하단 말인가.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조·중·동과 대척점에 있어야 할 자리에 ‘이명박의 사람’을 앉히다니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유력한 KBS 사장으로 거론됐지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주도로 청와대 비서실장과 대변인, KBS 이사장 등이 참석한 이른바 ‘7인 대책회의’가 드러나면서 사장 공모를 포기했던 김인규 전 KBS 이사는 결국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 자리에 앉았다. 이 협회는 사실상 최시중 위원장이 주도한 관변단체로 방송통신위에 정책을 건의하는 여론수렴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장단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언론사 사장과 언론유관단체 수장에 특보 출신이 앉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YTN 구본홍 사장이 잘 보여주고 있다. 구 사장은 입만 열면 YTN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박선규 청와대 언론2비서관과 비밀회동을 가진 사실이 드러났다. 앞에서는 공정방송을 약속하면서 뒤로는 이 정권 실세 및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며 특보 출신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양휘부 코바코 사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6월 취임사에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 논란 속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다양성을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로서 코바코의 위상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 민영 미디어렙 찬반 견해를 묻는 질문에 입장 표명을 유보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도 언론재단 이사장, 서울신문 사장, 교육방송 사장 등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투하가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정권은 자질이나 능력, 전문성과 도덕성을 따지는 데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한 가지 분명한 명제가 있다.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한낱 일장춘몽에서 부디 깨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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