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위한 억지논리 불과"
MBC 김세의 기자 2심 유죄에 각계 '한목소리' 비판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8.11.19 15:33:06
군부대 안에서 여성접대부를 고용한 유흥업소가 운영되는 실태를 고발했던 MBC 김세의 기자(현 보도국 스포츠취재팀)가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언론계는 물론 군·여성계에서도 이번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등군사법원이 김세의 기자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면서 유죄를 인정한 17일, 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와 MBC 기자회(회장 이주승)는 각각 논평과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출입절차 운운은 억지논리”
이들이 우선 주목한 부분은 판결의 논리적 모순. 고등군사법원은 판결문에서 “충분히 정상적인 출입절차를 통해 출입증 발급을 받고 계룡대에 출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계룡대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수단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어 유죄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자협회는 논평에서 “정상적인 출입절차를 통해 들어갔다면 해당 사실을 취재 보도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는 처벌을 위한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세의 기자는 실제로 지난 10월22일 수요일 오후 3시에 있었던 고등군사법원 심리공판에서도 판사들과 이 같은 논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당시 주심판사가 “낮에 계룡대에서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출입증을 받아놓고 밤에 유흥주점을 취재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는 것. 이에 김 기자는 “다른 목적으로 출입증을 받아서 유흥주점을 취재하는 것 역시 정상적인 출입조치가 아니라고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지난 1심 때 일제히 군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던 언론계는 2심 결과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당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언론노조 고차원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은 “군의 특수한 잣대로 공익적 목적의 취재를 제한하는 좋지 못한 결정”이라며 “대법원에서는 사회적 가치와 여론을 수렴해 군의 폐쇄성을 개선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대에 맞게 군법체계 개정해야”
군 장성 출신 인사도 이번 판결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평화재향군인회 표명렬 대표(예비역 준장)는 “룸살롱에 군사 기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알려 바로잡는 데 기여한 취재활동을 법 만능주의로 처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근거가 된 군법 체계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계도 주목하고 있다. 군부대에서 여성 접대부를 고용한 유흥업소를 운영한 것도 모자라 이를 고발한 기자를 유죄로 인정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군부대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등 군 문화가 이런 지경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이 경악할 만하다”며 “이런 사실을 고발한 기자를 두 차례나 유죄판결을 내렸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 공론장에서 엄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의 기자 사건 전말>
김세의 기자는 지난해 2월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충남 계룡대에서 장교들을 상대로 한 유흥업소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 ‘룸살롱’은 여성접대부도 고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공군 보통검찰부는 다음 달 김 기자에게 ‘초소침범죄’ 등을 적용해 형사입건했다. 사전 승인 없이 군부대에 들어와 카메라 촬영을 하는 등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군검찰은 김 기자가 이미 서면조사를 받았다며 출두를 거부하자 강제구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입건된 지 1년인 올해 4월 공군보통군사법원은 김 기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지난 17일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형에 선고유예 결정이 내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