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과의 대화 나서라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또한 다양한 입장들이 그 논리와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갈등과 대립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자연 그 상태로 방치되거나, 또는 각자 물리적 힘의 크기를 겨뤄보는 방식만으로 풀린다면 국가와 정치의 몫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된다. 갈등, 충돌, 대립에 대한 조정의 필요성과 책임은 관련된 직접 당사자는 물론, 얼핏 제3자로 여겨지는 간접 당사자에게까지 있는 법이다.

하물며 언론 문제와 같이 단순한 이해관계의 다툼이 아닌,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여론 소통 구조와 여론 다양성 확립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한 사안이라면 모든 이들이 직접적 당사자를 자임해도 지나칠 바가 없다.

현재 YTN 사태는 과거 군부독재정권에서나 볼 수 있던 언론인 해직이 자행된 채 노사의 극한 대립으로 네 달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또 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자산규모 기준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낮춤으로써 대기업 자본의 방송 진입 장벽은 사실상 무너졌다. 또한 조선, 중앙, 동아로 대변되는 수구 언론의 신문, 방송 겸영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 개선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의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왔고,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서로 별개로 보이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의 배경과 결론은 하나다. 바로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구체적 획책이 기저에 깔려 있고, 그 결과로서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야 할 언론 다양성의 해체와 함께 독립 언론, 지역 언론, 소수자 언론의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언론 자유의 말살이자 민주주의의 말살이다.

이러한 내용들에 대한 깊은 우려를 담아 현직 기자, PD 등 언론인 7천8백여명은 지난달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해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7일 오후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등 11개 언론단체 대표들은 이 시국선언의 취지를 담아 ‘대통령과 언론인의 대화 제안서’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았다. 하지만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은 고사하고 제안서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언론인 대표들은 경찰에 가로막혀 싸늘한 냉기만을 느끼고 돌아서야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변인실 전달도, 춘추관 출입도 안 된다. 민원실도 온라인, 팩스, 우편으로만 접수한다. 아니면 민원실 종합안내실 우편함에 넣고 가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박정희, 전두환의 폭압적인 군부정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반(反)상식적인 행동이다.

이는 잘못돼도 한참이나 잘못됐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언론인과의 대화조차 거부하며 스스로 소통 부재의 정권이자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제대로 된 청와대 홍보조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에 이른바 ‘프레스 프렌들리’를 외쳤다. 그러나 일련의 언론상황을 보면 ‘특정 언론 프렌들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은 지금처럼 귀 막고, 눈 감은 채 어떤 주문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직접 만나서 소통해야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그래야 꽉 막힌 언론계 현안을 술술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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