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해직, 재갈로 오판 말라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2.04 14:10:26
법의 여신 디케(Dike)라면 KBS와 YTN에서 자행된 ‘언론인 해직’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YTN 기자해직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KBS 기자와 PD에 대한 파면과 징계가 내려졌다. 현 정부 들어 두 번째 ‘언론인 해직’이 자행된 셈이다. 군사정권 시절의 ‘언론인 강제 해직’이 수십년이 지난 새로운 권력자들에 의해 재현되고 있다.
그들만의 ‘법과 원칙’을 내세워 언론인의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동시에 박탈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언론인의 펜과 마이크를 강제로 뺏는다고 해서 진실이 가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말이다.
그런데 사원들의 제작 거부 하루 만에 KBS 인사위원회는 징계수위를 낮춤으로써 스스로 명분 없음을 인정한 꼴이 돼버렸다.
용산참사로 인한 제2의 촛불 점화를 우려한 탓인지, 2월 미디어법 상정을 앞두고 힘의 한 축을 무너뜨리기 위함인지 그 의도는 분명치 않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권력의 ‘이현령 비현령(耳懸鈴 鼻懸鈴)’하려는 시도는 세간의 비웃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KBS 측이 파면, 해고자들에게 전향서를 요구한 것만 봐도 최근 언론계에 인권과 자유보다는 폭압과 독선이 최고의 선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여하튼 현 정부 들어 발생한 언론인 대량 해직사태를 통해 서슬퍼런 폭압의 칼날을 세워 국민들의 눈과 귀 가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권력의 야심만은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이명박 정권에 있어 표현의 자유는 그저 교과서에만 수록된 문언적 도구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존재해선 안 될, 그래서 재갈을 물려야만 되는 억압의 대상인가?
1975년 군부 독재정권에 의해 자행된 ‘대통령 금지조치 9호’의 망령이 3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언론계에 되살아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권력자들은 ‘떼를 쓰는 이들’한테 재갈을 물리는 게 당장은 속편할지 몰라도 이런 ‘파시즘적 전염병’은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한 후에나 치유가 가능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권리이자 누려야 할 가치다. 그리고 언론인의 표현은 늘 국민을 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인의 표현의 자유는 그 어떤 자유보다 가치 있고 보호 받아야 마땅하다.
이번 KBS, YTN사태처럼 국가나 기업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억압, 간섭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존엄과 가치를 위협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가 스스로 민주주의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위헌적 행위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언론인의 자유를 억압해선 안 된다. 그렇게 될 경우 국민들이 그들의 권력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평 무사함을 위해 눈을 가린 디케처럼 자신들의 눈은 가리고 국민이 진실을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