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미네르바 결국 '가짜'
동아일보 오보 인정, 진상조사위 구성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입력
2009.02.18 14:47:07
검증 소홀 주원인…신뢰 추락 불가피‘신동아’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관련 보도를 오보라고 인정했다. 2월호에서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 그룹”이라며 21장짜리 인터뷰 기사를 실었던 신동아는 한달 만인 17일 발매된 3월호에서 사과문을 게재했다.
신동아 3월호는 “후속취재 중 2월13일 K씨로부터 자신이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발언을 확보했다”면서 “신동아는 K씨의 발언 내용과 번복 배경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그가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최맹호 상무이사를 위원장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동아일보는 이날자 1면 기사를 통해 신동아의 오보에 대해 사과했다.
신동아의 오보 인정으로 미네르바 진위 논쟁은 일단락됐다. 검찰이 1월10일 구속 수감한 박모씨가 진짜 미네르바로 최종 확인된 셈이다. 신동아는 이번 오보 사태로 언론의 생명인 신뢰를 상실하게 됐다.
특히 사전에 K씨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동아일보 관계자가 “아무리 변명해도 철저하게 검증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신동아는 검찰에 구속된 박씨가 “신동아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면서 2008년 12월호 미네르바 기고문에 대한 진위 논란이 벌어졌을 때만 해도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그 중의 하나가 미네르바가 다음 아고라에 올렸던 글에 찍혀 있는 두 개의 IP인‘211.178.×××.189’ ‘211.49.×××.104’. 신동아는 2월호에서 ‘여전히 남는 의문점’으로 IP 문제를 제기했지만 K씨의 말을 근거로 IP 조작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월간조선 3월호는 ‘신동아 미네르바 누구인가. 기고문 게재에 대북사업가 권모씨 관여’ 기사에서 IP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근거로 K씨가 미네르바가 아니고, 신동아 인터뷰가 오보일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제시했다.
신동아가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하기까지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동아는 3월호가 발매된 17일에 맞춰 오보를 사과했다. 신동아는 원고 마감이 사실상 끝난 13일 K씨에게서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자백을 받았고, 주말에 검증 절차를 거쳐 16일 최종 사과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K씨가 갑작스럽게 심경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3월호에서 밝히지 않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신동아 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월간조선의 취재 내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는 월간조선이 2월호에서 한 제보자의 말을 인용해 “신동아에 기고한 인물이 미네르바가 아닌 제3의 인물”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내용을 3월호에서 다루겠다는 사실에 주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월간조선은 취재를 통해 K씨가 신동아에 기고문을 싣고 인터뷰하는 과정에 대북사업가 권모 씨가 개입됐고, 권씨가 다음 아고라에서 ‘담담당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월간조선 보도는 신동아가 오보를 했다는 정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주는 것이 됐고, 이로써 신동아 처지는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신동아가 용기있게 오보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오보를 인정하는 요소들에 굴복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