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없는 비판정신과 투철한 기자정신

제40회 한국기자상 특별상 / YTN 임장혁 기자


   
 
  ▲ 임장혁 YTN 돌발영상 기자  
 
일손을 놓은 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성역 없는 비판정신과 투철한 기자정신’으로 방송을 잘했다고 상을 받게 됐지만 저희 돌발영상팀은 현재 방송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무한한 영광과 자부심을 표해야 하는 수상 소감에 답답함과 억울함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YTN의 대표상품이라는 돌발영상을 4년 동안 꾸려오던 저는 정직 6개월 ‘조치’를 당했습니다. 참으로 일 잘하던 후배 정유신 기자는 아예 해고돼 버렸습니다. 저희 둘은 이번 설 연휴 바로 전날 사측으로부터 4번째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5년 넘게 쉼 없이 방송되던 돌발영상은 하루아침에 YTN 화면에서 사라졌습니다. 막내 정병화 기자 홀로 돌발영상이 영영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롭게 버티고 있지만 이 막내의 얼굴엔 갈수록 그늘만 짙어집니다.

외부에선 상을 주고 칭찬하고 격려하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징계하고 고소하고 일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은 몇 달 전만 해도 YTN과는 일면식조차 없던 ‘대선특보’ 출신 사장이라는 사람에 의해 벌어졌습니다. 돌발영상 뿐 아니라 YTN의 수많은 기자들이 ‘대선특보’에 의해 해고되고 고소당하고 보직이 박탈됐습니다. 이 대선특보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YTN이 문 닫을 수 있다는 정부 고위 공직자의 협박도 거셉니다.

법과 원칙이라는 말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대선 때 ‘공식 직함’을 가졌던 현 정권의 사람이, 24시간 뉴스만 하는 언론사 사장자리에  앉는 것은 원칙이 아니라 반칙입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원칙이 시키는 대로 반칙을 막기 위해 나선 기자들을 마구 해고하고 고소하는 것은 법이 아닙니다. 폭력입니다.

정권 인사를 사장으로 모시지 않는다고 멀쩡한 방송사가 갑자기 문 닫게 되는 일은 법과 원칙이 선 나라에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억압과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나 상상해볼 만합니다.

우리나라는 법과 원칙이 선 나라이며, 지금의 정부 또한 법과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할 거라 믿습니다.

반 년 넘은 투쟁의 피곤함을 올곧은 정신으로 채찍질하며 여전히 굳게 서 있는 선후배들과 해고당한 채 투쟁을 이끌고 있는 돌발영상의 창시자 노종면 선배, 그리고 저희의 투쟁을 지지하는 수많은 분들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상을 주신 기자협회에도 ‘제대로 된’ 법과 원칙을 소중히 여기며 살겠다는 다짐으로 감사함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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