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과 '검사'의 어색한 조우
신동아 조성식 기자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출판기념회
전현직 검사·보스급 주먹 참석…책도 한달만에 3쇄 찍어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입력
2009.03.11 14: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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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함승희, 조승식, 안대희, 심재륜, 강금실씨.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지호영 기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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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한시에 눈이 마주친 그들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저 사람이…’, ‘저 영감이…’.
어색한 눈빛을 교환하는 사이 식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집단은 각각 헤드테이블과 맨 뒷자리로 갈렸다. 전 현직 검사와 주먹의 어색한 조우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상극인 두 집단이 한자리에 모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신동아 조성식 기자의 신간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동아일보사)’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1백50여명. 주먹세계 사람들과 조직폭력배 수사를 전담하는 검사들이 대다수였다.
검찰 쪽에서는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 안대희 대법관, 조승식 전 대검 강력부장, 함승희 전 의원 등 1989년 서울지검 특수1부 출신 검사들이 자리를 지켰다. 현직 검찰간부 상당수는 얼굴을 비치고 돌아갔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축사를 했다.
주먹은 김두한의 후계자로 주먹계에서 ‘우국지사’로 통하는 조일환씨, 경기도 주먹실세 박 모씨, 전 안토니오파 보스 안 모씨 등 원로급 주먹 10여명이 왔다. 그들은 깔끔한 정장차림이었다. 전국 보스급 주먹 1백여명이 서울로 올 예정이었으나 검사들이 참석한다는 말을 듣고 단념했다는 후문이다.
출판기념회 내내 이들 사이에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다. 강금실 전 장관이 축사를 하면서 “그쪽 계통 종사한 분들이 오신 것 같은데…”라고 언급하자 가벼운 웃음이 일었을 뿐이다. 뷔페 만찬 등이 이어졌지만 끝내 양측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다.
조 기자의 책은 한달 만에 3쇄를 찍었다. 주먹들이 수백권씩 단체로 샀다는 얘기도 들린다. 검찰도 수사기관 교재용으로 다량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기자는 “주먹세계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사의 이면을 들여다본다는 취지로 책을 썼다”면서 “주먹세계를 과장하거나 매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다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