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인터넷 언어폭력
방송인 김미화씨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4.08 14:50:24
오늘은 집 앞 매화나무에서 갓 피기 시작한 매화꽃을 솎아 땄습니다.
손님들이 찾아오시면 차 대접하기 좋은 봄날입니다. 찻잔 속에 매화꽃 한 송이를 띄우면 잔속에서도 꽃이 핍니다. 매화꽃을 솎아주는 평화로움은 기쁨입니다. 잠시나마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기쁘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보는 신문이니 이제 저의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겠습니다.
한 인터넷신문에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저와 관련있는 기사가 하루에 많게는 네다섯개 씩 게재됩니다.
물론 인터넷에 띄우는 기사니 제가 모르는 척하고 넘기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나 오랜 세월을 그냥 모르는 체 넘겼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27년째 방송을 하고 있는 코미디언입니다.
지난 세월 저에 대한 잘못된 기사가 나와도 기자들과 시시비비를 따져 어쩌랴, 울며 겨자 먹기로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2007년 저는 유력 중앙일간지에서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를 받아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신문은 제게 전화 확인 한 번 없이 제 사진과 함께 정치하는 ‘연예인 폴리테이너’라는 기사를 썼었고 그 기사는 분명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대선이 임박해 있던 시기였고, 대중연예인의 기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기에 그 신문의 기사가 다른 신문에 그대로 보도되거나 확대 보도되는 일이 많아질 것이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 요청을 했고 그 신문은 “김 미화씨의 2002년 촛불시위 참여는 노사모와는 관련이 없어 바로잡습니다. 김씨는 이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 및 대통령과의 인터넷 매체와의 대화 사회와 연관시킨 데 유감을 표해 왔습니다”라는 정정보도를 실었습니다.
그때가 2007년 7월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인터넷신문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보도를 받아낸 기사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쓰거나 인용보도를 여러 번 했습니다. 아마도 이 인터넷신문은 이런 정정보도 결정이 의미가 없어 보였나 봅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 인터넷신문사 대표와 3년 세월동안 여덟 번이 넘게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제가 “사실이 아닌 허위보도이니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하면 그때마다 기사는 삭제되었습니다.
전화 할 당시에는 그 신문사 기자나 대표가 사실 확인을 해보고 내린다고 하고, 기사를 내린 후 몇 달 뒤에 또 같은 기사가 올라오고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인터넷 특성상 기사가 삭제되는 사이 이미 기사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왔고, 삭제하고 또 쓰고, 삭제하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하도 억울해서 제가 지난 3년 사이 삭제된 기사를 이사를 다녀도 버리지 않고 지금도 3건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인터넷신문사 대표에게 “사실이 아닌 기사를 반복적으로 쓰지 말아 달라. 대중연예인인 나를 괴롭게 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 몇 년을 참았느냐”고 항변했습니다. 또 “계속 이렇게 나를 괴롭히면 법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그 인터넷신문사 대표는 자기를 “잘못 건드렸다”고 하더군요. 또 이번에는 기사를 통해 “아마도 김미화씨는 이마에 노빠나 명빠라는 글자를 붙이고 다녀야만 노빠나 명빠가 되는 걸로 아는 모양”이라는 비아냥이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해도 말로는 소용 없다는걸 알았습니다.
“정치성이 강한 매체이니 모른 척하라”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일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까지 인터넷 안에서 이런 ‘폭력’을 견뎌야 합니까?
저는 아이들의 엄마이자, 아내이자, 여성입니다. 저는 ‘노빠나 명빠’도 ‘좌파’도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평범한 아줌마, 아저씨, 오빠, 동생의 즐거움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 느끼며 그런 사람들이 모인 자리를 찾아다니는 코미디언이자 방송인입니다.
저는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를 다루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일 뿐입니다. 제발 저를 무리 짓지 마시고 저에 대한 ‘언어폭력’을 멈추기 바랍니다.
다시는 후배 최진실이 겪었던 아픔을 저와 제 연예인 후배들이 당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새봄, 봄 손님에게 매화꽃차 한잔 대접하고, 마음속 즐거움을 되찾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