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트웨어(Wet-ware)'형 인간이 돼라

박세준 한국암웨이 CEO 특별강연 전문


   
 
  ▲ 박세준 한국암웨이 CEO  
 
촉촉한 두뇌의 감성, 그 행복의 원천을 개발

포근한 봄바람 덕분에 외유가 불가피한 4월이다. 머리 속은 일과 일상의 문제들로 복잡하지만 완연해진 봄을 만끽할 여유가 분명 필요한 시점이다. 도로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개나리를 보며 ‘행복은 마음 속에 있다’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단 한 시간의 외유로도 마음은 풍요로워지지만 그 행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일과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잠시 일상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2009년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키워드 중에‘웨트웨어(Wet-ware)’라는 단어가 눈길을 끈다. 이 단어는 컴퓨터 용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체와 저장 장치를 지칭하는 하드웨어, 이것을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고안해 내는 인간의 두뇌인 ‘웨트웨어’에서 비롯되었다.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인간의 뇌, 유연한 손동작, 그리고 손끝에서 나오는 약간의 땀을 상징하는 ‘Wet(젖은)’와 인간의 감성에서 비롯되는 진정한 욕구의‘결과물(Ware)’을 뜻하는 웨트웨어. 딱딱하고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내 안의 욕구와 행복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신조어이자 일과 일상의 균형을 위해 현대인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덕목이기도 하다.


만약 당신이 웨트웨어형 인간인가를 테스트 해 보고 싶다면, 다음 몇 가지 물음에 ‘아니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말을 빨리 한다’, ‘남의 말을 잘 끊는 편이다’, ‘약속 시간을 철저하게 지킨다’,‘자주 화를 낸다’, ‘일찍 퇴근한 날 8시에도 뉴스를 본다’, ‘불쾌한 상황에선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낸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레빈 교수에 따르면 위와 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성공지향적이고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 산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은 사회적 연대가 약하고 기부금 액수가 적으며 행복 지수도 낮다고. 또 한 가지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주된 목표 이외에는 관심이 없고, 그 주된 목표조차 진짜 목표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과다한 업무량, 그것을 처리할 능력의 부재, 그로 인한 일의 과부하…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간은 이성을 잃게 되고,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에 이른다. 내 마음 속에서 진짜 원하는 것이나 진정한 행복, 삶의 여유 따위를 돌아볼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그는 자기 실현에 이르렀다고 여겨지는 사람들과의 면접을 통해 인간의 ‘내적 필요성’과 ‘외적 필요성’ 혹은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안 하면 안 되는 것’사이의 조화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과 연결된다고 밝혔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도 비슷한 견해를 제시한다. “심신이 건강한 사람은 내적 자극에 대해서건 외적 자극에 대해서건 가장 경제성이 높은 방향으로 행동 방침을 정하고 그쪽으로 따르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깊은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심신이 건강한 사람은 확고하게 결정된 것을 자유 의지로, 자발적으로,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추구할 때 가장 확실한 자유와 행복을 경험할 뿐 아니라 그것을 선용한다.”칼 로저스의 말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내 스스로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월급을 받고 능력을 인정 받기 위해 수행하는 일 말고 두뇌가 촉촉해지면서 마음이 행복해지는 일에 대해서 말이다. 혹자는 내가 하는 일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서 그것을 즐기는 동안은 다른 걸 하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 무언가를 찾으라고 말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가 지은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저서에 따르면 이처럼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삶에 뛰어드는 사람을 ‘자기목적성(Autotelic)’으로 충만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리스어 ‘Autotelic’에서 유래한 이 말은 ‘Auto(자기)’와 ‘telos(목적)’이 결합한 단어로 그 일 자체가 좋아서 할 때, 그 일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을 지닌다. 자기목적성을 가진 사람은 원하는 일을 하는 것 자체로 이미 보상이 되기 때문에 별도의 물질적 보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일을 하면서,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타인과 어울리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 몰입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의식적으로 일상을 흘려 보내는 사람들은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자기목적성이 있는 삶’은 앞서 말한 ‘웨트웨어’를 발달시켰을 때 보다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세상을 자기목적성이 있는 사람과 자기목적성이 없는 사람들로 나누어 본다면 그 커다란 두 집합 사이에는 분명 행복과 불행이라는 햇살과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다. 철학자 니체는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사랑할 줄 알 때 삶의 질이 높아진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하루 동안 기분 좋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한 삶이고, 다양하게 사소한 행복을 느끼고 사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건강한 나라라는 말도 있다.


삶과 일을 균형 있게 유지해서 지속적으로 행복 가능한 삶을 누리는 것, 이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새겨야 할 삶의 지침이 아닐까? 특히, 기자들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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