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천작]-사랑과 폭력의 이율배반적 이중주

장선우 감독 <거짓말>

박정근 CBS부산 보도국 기자





그냥 가볍게 예전에 본 영화 한편을 생각해 본다. 여고생과 40대 남자,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와 ‘매질’을 반복한다.

‘표피적 섹스의 지겨움’을 반복시키는 필름 사이엔 분노와 수심이 가득한 ‘매든 아버지’가 떠오르고, ‘근엄한 스승’까지 동원된다. 더욱이 귀에 익은 대사 ‘사랑해∼’가 시종일관 절도 있게 때리고, 엉덩이 상처에 약 바르며 호호 불면서 되풀이되는 코드로 나타나기도 했다.

장선우 감독, 그는 영화 속에 ‘폭력’과 ‘사랑’을 반복적으로 배합했고, 그래서 두 가지 명제 사이에 생기는 모순, 그 ‘이율배반’을 교묘한 이야기로 엮어내려 했던 것 같다. 특히 나도 학교 다닐 때 ‘얻어맞던 바로 그 자세’ 그대로 진행되는 흥분 남녀의 매질과 표정 속엔 ‘고통’보다 ‘사랑(?)’이 가득했기에, 때릴 때마다 반드시 토해내는 짧은 대사, ‘사랑해∼’란 코드는 ‘수치심’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영화 <거짓말>은 성기를 지겹도록 노출시키고 온갖 변태 성행위를 다중 공연장에서 공공연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공연음란죄’류의 죄목을 적용받는데 법적인 하자가 없었다. 하지만 검찰 나름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양속(良俗)을 지키고 우리 사회의 ‘아버지 노릇’을 하려는 수사기관의 태도 역시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나 역시 ‘성기’에 모자이크만 처리하지 않았어도 ‘표피적 섹스의 지겨움이나 허무’에 대한 영화 <거짓말> 코드의 완성도가 훨씬 더 높아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대한 이해와 다른 해석을 가졌었다. 나아가 장 감독이 수많은 폭력의 코드에 좀더 욕심을 부렸다면 섹스신 사이 컷 귀퉁이에 ‘백골단’에게 얻어맞는 ‘대학생’이나 ‘골드칼라’라고 착각하고 노랗게 죽어가는 ‘화이트 칼라’의 군상도 집어넣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영화 <거짓말>을 만들던 장선우 감독의 코드나 메시지가 어떤 건지는 아직도 전혀 모른다. 다만 기자라는 위치 때문인지 ‘표현과 전달’의 적확성과 이에 따른 ‘인식과 이해’의 괴리에 대해 유난히 고민하게 된다. 원론인 ‘사실’과 해석인 ‘진실’ 사이에서도 코드의 선택은 단순하지 않아서 자주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끊임없이 스스로 변하는 코드와 나날이 다양해지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전에 비해 해석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 다만 그것이 문제라는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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