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을 생각한다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4.29 14:21:22
5월, ‘가정의 달’이다.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잘 가꾸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도 특별히 ‘달’까지 만든 것은 평소에 잘 못하니 5월에만이라도 더 노력하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언론 종사자들에게는 ‘가정의 달’이 ‘가정에 더 미안한 달’일 뿐이다. 다른 가족들은 부모님 모시고, 아이들 손잡고 들로 산으로 놀러 갈 때 언론 종사자들은 가족들의 원망 어린 눈을 뒤로 한 채 일터로 향해야 한다. 출입처는 문을 닫고, 쉬고 있는 취재원들에게 연락하기 어려우니 일만 더 힘들어진다.
특히 올해 ‘가정의 달’은 더욱 난감하다. 기자협회보 보도에 따르면 어떤 신문사는 전 사원이 상여금의 3백%를 반납했다, 또 다른 신문사는 특정 달에 급여를 50%만 받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접한 뒤 가족에게 자그마한 선물 하나 건네기가, 조촐한 외식 한 끼 함께하기가 겁난다. 그저 축 처진 어깨와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가족들이 지금의 힘든 처지를 이해해주기만 바랄 뿐이다.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기자라고 특별히 달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인적인 근무 강도에, 어떤 직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긴 근무시간과 엄청난 스트레스를 ‘사회의 목탁’이라는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에는 이제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취재현장을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느라 자기개발도, 노후 대책도 외면하고 살기에는 언론 산업의 미래가 너무나 어두워졌다. 새로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우선 언론 종사자들의 쓸 데 없는 노동 낭비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번 호 기사를 통해 보도했듯이 근무 시스템의 개선과 무의미한 경쟁의 지양으로 실질적인 주5일 근무를 정착시켜야 한다. 윗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또는 면피를 위해서 출입처나 회사에 나와 있도록 하는 것은 무의미한 낭비일 뿐이다. 이제 기자들의 업무도 양보다 질을 추구해야 한다. 또 언론 종사자들에게 휴가 사용을 보장함으로써 적절한 휴식과 자기개발의 시간을 허용해야 한다. 휴가도 없이 일에만 매달리는 것을 책임감이나 성실성의 척도로 삼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인력이 바람직한 인재 상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경비 절감과 관련해서도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리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자칫 기자들의 사기와 취재 의욕을 꺾어 버리는 우를 범했다가는 언론사로서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허울만 그럴 듯하게 꾸미기 위해 불요불급하게 지출했던 경비는 줄이되 콘텐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는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또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언론이 자본 앞에 약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필수적이다.
오늘도 많은 기자들은 5월5일에 왜 함께 놀아줄 수 없는지를 자녀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을 것이다. 5월8일 어버이날에 찾아뵙기 어렵다는 말씀을 부모님께 드리느라 송구스러워 쩔쩔 맬 것이다. 기자들이 더 이상 ‘가정의 달’에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각 언론사 차원에서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