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퇴직금 누진제 폐지 생색내기?

연10억원 절감 효과 …누진 혜택 거의 없어
수신료 인상 앞두고 우호적 여론 조성 포석


   
 
  ▲ 이병순 KBS 사장(사진 오른쪽)과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1회의실에서 2단계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특별합의서를 교환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KBS 제공)  
 
KBS가 방만 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 온 퇴직금 누진제를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KBS는 지난 6일 노사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퇴직금 누진제 폐지, 청원휴가 대폭 축소, 연차휴가 6일 의무사용 등에 합의했다.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국회 결산승인을 받을 때마다 퇴직금 누진제 문제가 지적됐던 터라 KBS의 이번 누진제 폐지는 안팎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KBS는 이번 조치로 방만 경영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누진제 폐지에 따른 비용 절감효과는 1년에 1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진제 폐지 효과가 상당 부분 부풀려 홍보되고 있는 셈이다. KBS도 7일 발행한 사보 특보에서 “실제 누진의 혜택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KBS는 그동안 근속기간에 따른 누진율에 ‘KBS 기준임금’을 곱해 퇴직금을 산정했다. 30년차 평사원의 경우 누진율은 ‘1.7’.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속기간 1년에 대한 법정퇴직금 지급월수 ‘1’에 비해 ‘0.7’ 높은 수치다.

문제는 기본급, 상여금, 근속수당, 직책수당을 합한 개념인 ‘KBS 기준임금’이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평균임금의 6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0.7’ 할증이 되지만 기준임금이 낮아 퇴직금 누진 효과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체력단련비, 복리후생비까지 포함된 평균임금에 법정퇴직금 지급월수 ‘1’을 곱한 것과 금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게 KBS의 설명이다. 또 국회나 감사원도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방만 경영을 비판하기 위해 퇴직금 누진제를 거론했다고 KBS는 항변한다.

그러나 KBS는 지난 6~7년 동안 기본급을 고정하는 대신에 복리비 등을 인상하는 방법으로 임금을 올렸다. 기본급을 올리면 회사의 퇴직급여충당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편법을 쓴 것이다. KBS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계기로 복리비 중심의 기형적인 임금구조를 기본급을 강화하는 쪽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또 임금피크제, 의무안식년제 도입 등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누진제 혜택이 없는데도 KBS가 ‘누진제 폐지=경영 효율화’ 공식을 대입하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수신료 인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경영적자가 1천억원에 이르고 차입금 이자만 1백억원이 넘는 경영위기 상황에서 KBS도 재원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

그것의 첩경은 29년째 동결된 수신료 현실화다.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일고 있는 KBS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고 애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퇴직금 누진제 폐지는 대내외적으로 공영방송의 책임성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효과적인 카드로 활용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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