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보도 제대로 해야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5.19 10:24:16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파문이 확산일로에 있다. 지방법원에 이어 고등법원 판사들까지 나서 신영철 대법관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질타와 함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바야흐로 제5차 사법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진실을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법파동의 당사자인 신영철 대법관이 보여주고 있는 ‘버티기’식 행태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과거 사법파동과 한 치의 차이도 없다. 정치권력의 부당한 영향에서 재판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문제다. 한마디로 사법부 독립의 문제다.
그가 내준 것은 대법관 자리보다 훨씬 크다. 그는 사법부의 자율성을 헌납하고, 정치권의 입김이 재판에 작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 정부여당과 다른 의견을 보인 일부 판사가 현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사실상 정치적인 문제로 현직 판사가 물러난 것은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현직 판사들에게 준 충격은 크다.
하지만 신영철 대법관은 뒤늦게 사과문 한 장을 내놓고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버티기에는 또다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정황이 있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언론이 ‘신영철 구하기’에 적극 가담했다. 그 뒤 신 대법관은 꿋꿋하게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촛불재판을 받던 피고인들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재판기피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신 대법관이 계속 자리를 고집할 경우 누가 그로부터 판결을 받고자 할 것인가. 특히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다 사법처리된 사람들의 경우 모두 신 대법관을 기피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 대법관 개인문제를 넘어, 그를 비호하는 현 사법부를 국민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이용훈 대법원장이 보여주고 있는 작금의 처신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권하에서 취임한 이 원장은 ‘과거사 청산과 사법부 개혁’이란 노정부의 방향에 맞춰 사법부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했다. 과거사 반성이란 정치권력의 압력에 따라 이뤄졌던 정치적 판결에 대한 반성이다. 다시 말해 신영철 대법관이 보여준 것과 같은 행태를 다시 하지 않겠다는 반성인 셈이다.
하지만 이 원장의 지금 행태는 다르다. 사건 초기 ‘그 정도로 판사들이 무슨 영향을 받겠느냐’며 신영철 대법관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여기서 신 대법관의 행위가 부당했다는 결론이 났지만, 그를 징계위원회가 아닌 공직자 윤리위원회로 넘겨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선 판사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오히려 판사들의 자제를 촉구하며 ‘신영철 구하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법원장부터 정권의 향배에 따라 이렇게 좌충우돌하는 마당에 어떻게 대법원과 사법부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도 일부 보수 언론은 이번 사태를 이념대결의 장으로 몰아가며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언론이 진실을 놔두고 왜곡보도만 일삼는다면 먼 훗날 반드시 사법정의 역사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