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 용서를 빕니다"
대검찰청 출입기자 다음 아고라에 글
MBN 안형영 기자 회한의 글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 입력
2009.05.25 10:58:45
“답답할 때가 많죠. 기사는 쓰지만 이래도 되는 건지, 검찰 수사가 너무 정치적인 것은 아닌지 기사를 쓰면서도 한숨을 쉽니다.”
지난 5월 초 대검 기자실에서 만난 한 종합일간지의 기자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그렇게 얘기했다. 기자들은 격무에 지쳐있었고 일부에선 자괴감을 토로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기자들의 회한도 크다. 특히 검찰수사를 직접 다뤘던 기자들의 가슴은 천근만근이다. 다음 아고라 등에 기자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는 이유다.
MBN 안형영 기자가 24일 다음 아고라에 ‘염치없는 한 기자가 용서를 빕니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안 기자는 글에서 “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수많은 기자 중의 한명”이라며 자신을 대검찰청 출입기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대검찰청에 앉아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기자라는 신분을 떠나 한 국민으로서, 노 전 대통령의 지지를 보낸 한 사람으로서 참 비통하고 서글프다”고 썼다.
안 기자는 “남의 일이라고,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간다고, 뭘 그리 침울해 하냐고··· 그렇게 애써 자위해 보려 했지만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써왔던 기사에 대해 인간적인 미안한 마음도 숨기지 못했다. 팩트에 충실했지만 노 전 대통령에게는 비수가 되었을지 모른다는 회한이다.
안 기자는 “과연 내 스스로 노 전 대통령 앞에 떳떳할 수 있는지. 여론의 비난처럼 검찰의 발표를 스피커마냥 확대 재생산하진 않았는지?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채 특종에 눈이 멀어 사실을 과대포장하진 않았는지? 이런 자문에 저는 스스로 떳떳하다고 당당히 말하진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에게 대못을 박더라도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것. 하지만 그 알량한 ‘팩트’, 그 신화에 사로 잡혀 제 스스로 가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 왔던 것 아닌지? 노 전 대통령 서거. 용서를 빈다”고 썼다.
안 기자는 “바보 노무현. 당신은 저에게 우리 역사가 결코 강자만의 것이 아닌,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것이 아닌, 굳센 신념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스승이었다”고 말했다.
한 지방신문의 정치부 기자도 다음 아고라에 ‘너무 인간적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란 글을 올려 “그분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제가 보고 겪은 바로는 정녕 서민대통령이고 국민대통령이셨다”며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썼다.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