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를 KBS라 부르지 못하고…"

기자들 취재 어려움 호소…카메라 로고 떼고 촬영도


   
 
  ▲ 23일 대한문 앞 임시분향소에서 시민과 경찰이 실랑이를 벌이다 몸싸움이 벌어지자 취재진까지 가세해 부상자가 우려되는 위험한 광경을 연출했다. 곽선미 기자  
 
“너무 비참하고 창피해서 밤새 잠을 못 잤습니다. 기자 선후배님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요. 5년마다 반복되는 일인가요.”

봉화마을에서 카메라에 붙은 KBS 로고를 떼고 촬영했다는 한 카메라 기자가 KBS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KBS를 KBS라 부르지 못합니다’라는 글에 남긴 댓글이다. 이 글은 티스토리 블로그 ‘독거여인 생존레시피’(http://teaforyou.tistory.com/)에 게재돼 있다.

KBS 기자들이 KBS에 대한 악화된 여론에 봉화마을과 임시 분향소에서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 기자들에 따르면 KBS뉴스 현장데스크와 중계차는 24일 자정 무렵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봉화마을에서 철수했고, 임시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덕수궁 옆에서 한 촬영기자는 멱살이 잡혀 현장에서 쫓겨났다.

또 현재 봉화마을 빈소 근처에서 취재하는 KBS 카메라 기자들은 카메라에 붙은 KBS 로고를 떼고 촬영하고 있다. 촬영기자들이 KBS 카메라가 아닌 것처럼 촬영하고 중계 스태프들은 마치 옆에 있는 다른 방송사 직원인양 중계차에 몸을 숨겨 가며 녹화를 진행하기도 했다는 현지 취재진의 얘기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KBS PD협회(회장 김덕재)는 25일 성명을 내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빠진 지금, 우리는 KBS에 대해 터져 나오는 비난과 원망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KBS 취재진에 대한 적대감은 KBS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KBS가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국민들”이라며 “공영방송 KBS가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박수 받는 방송이 될 것인지, 아니면 취재 현장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쫓겨나는 굴욕의 방송이 될 것인지는 오직 KBS 구성원들에게 달려 있음을 명심하라”고 촉구했다. 

KBS는 이와 별도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오후 오락 프로그램을 그대로 내보내고, 24일 대체 프로그램으로 코미디 영화를 편성해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24일 오후 8시 ‘KBS스페셜’ 시간에 뉴스특보를 편성했으나 취소해 결과적으로 ‘KBS스페셜’이 취재하던 서거 특집 방송이 불방되는 결과를 낳았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