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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차를 에워싸고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시민들이 직접 쓴 만장 너머 서울역을 거쳐 수원 연화장으로 향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이 보인다. | ||
슬픔에 지친 사람들에게 무더위라도 덜어주려 했을까. 아스팔트를 달구던 뙤약볕은 고인의 운구차가 도착하자 잠시 구름 속으로 숨어들었다.
노제 막바지, 고인이 평소 좋아하던 노래들이 울려 퍼지자 서울광장을 노랗게 물들였던 시민들은 목 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노 전 대통령의 육성으로 '사랑으로'의 선율이 흐르자 시민들은 애써 참았던 눈물의 둑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를 놓아주지 못한 시민들 "천천히 가세요..."
노제를 끝낸 운구차는 서울역을 거쳐 수원 연화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쉽게 놓아주지 못했다. "천천해 가세요, 천천히..." 시민들은 손을 뻗어 운구차를 어루만지며 비통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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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차를 어루만지며 슬픈 마음을 달래고 있다. | ||
4~5만명의 시민들은 용산구 남영역 사거리까지 ‘노무현을 살려내라’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흩어질 줄 몰랐다. 슬픔에 분노까지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계속 지연되자 운구 행렬은 남영역 사거리에서 삼각지 방향으로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 오후 5시가 돼서야 삼각지 고가도로를 넘어 한남동을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연화장에 도착했다.
행렬이 삼각지 고가도로에 진입할 때 뒤따라오는 시민들을 제지하기 위해 전투경찰이 출동했다가 도로 위에서 몸싸움을 벌이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씨는 시민과 경찰이 충돌을 빚자 차에서 내려 시민들에게 직접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운구차는 속도를 내 점점 다리 저편으로 멀어져갔다. 시민들은 "대통령님, 잘 가세요" 를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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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각지 고가도로 앞에서 전투경찰들이 추모객들을 해산 시키기 위해 출동하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 ||
시민들 KBS에 항의, 중계차 철수하기도
이날 서울 도심 운구 행진 중에 취재를 벌이던 일부 언론사의 기자와 제작진들은 시민들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서울 광장 주변의 모 호텔 앞에 정차해 있던 KBS 중계차는 시민들의 항의에 철수했다. 일부 시민들은 KBS가 편파 방송을 하고 있다며 물병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남대문로 삼성 건물 앞에서는 KBS 기자들이 시민에게 물리적 제지를 받고 건물 안으로 몸을 피했다.
한편 노제를 마친 시민 1~2만명은 서울광장과 서울시의회 앞 도로에서 촛불을 밝히고 즉석 집회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