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밀어붙이기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노 전대통령의 국민장 기간 동안 당분간 미뤄 두기로 했던 국회의 중요일정들이 서서히 꿈틀거리고 있다. 여당은 미디어관련법 7개 법안을 비롯해 30여개의 법안을 강행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노무현 서거’ 정서를 등에 업은 야당의 강력한 반대가 예상된다. 여당은 강력한 여론의 뭇매를 두려워하는 탓인지 전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하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반발 여론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미디어법’을 당초의 안 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사실 그들에게 “이렇게나 노무현의 지지자들이 많은 줄 몰랐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다. 국민적 애도의 엄청난 분출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나 분노의 표현이 아니고 무엇인가. 방송사들의 보도나 일부 신문사들의 보도는 그의 죽음을 애도해 마지 않는 국민들의 전반적 감정을 그대로 반영했다. 하지만 이 점이 정부-여당으로서는 미디어법을 강행해야 하는 이유가 되면서 동시에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당내 분출하는 쇄신론에 휩싸여 미디어법을 강행할 여건도 아닌 듯하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최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어법의 6월 처리는 대국민 약속이긴 하지만 (여당은) 물리력을 전제한 직권상정은 얘기하고 있지 않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가 미디어법 여론수렴을 위해 구성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활동시한을 6월 말로 연장됐다. 미디어 위원회는 야당 측 추천 인사들이 미디어법 개정의 전제조건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한데 비해 여당 측 추천인사들이 이에 반대하는 바람에 그동안 협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기자협회, 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현역 언론인과 언론학자들의 대다수가 대기업의 지상파 소유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한나라당의 미디어 법안은 언론 관련자들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다. 언론인과 언론학자들은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 진출에도 반대하고 있으며, 신문의 방송진출에도 일정한 정도의 상한선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현정부와 여당이 미디어법을 강행하려는 것은 무리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에서 “언론법 등 이른바 MB법들이 국민의 합의로 처리되도록 결단해 달라. 더 이상 보수신문들의 탐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거리에서는 김 의원이 말한 MB법들은 ‘MB악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다수의 국민도 이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진출이나 인터넷상에서의 여론 통제 등은 비민주적인 법안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대학가에서도 다수의 교수들이 떨쳐 일어나 이명박 정부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 후퇴를 규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과 시민광장 등으로 표출되는 민의를 더 이상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미디어법을 강행한다면 지난해 광우병 소 수입 반대 운동에 이어 또 다른 국민적 저항을 촉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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